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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덕한 인상의 인도 상인
후덕한 인상의 인도 상인 ⓒ 이창욱
인도에서 맞는 2일째 아침이다. 불과 며칠사이에 내가 발디디고 있는 곳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주위 사물에 호기심이 생길 일조차 없는 내 나라에서, 모든 것이 낯설어 그저 둘러보게 되고 긴장하게 만드는 인도라는 나라로 바뀌어있다. 첫 해외여행이여서일까?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할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아침 미역국을 배불리 먹고,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아주머니의 차편에 몸을 싣고 뉴델리로 길을 나선다. 따사로운 햇살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차가운게 영 컨디션이 좋지 않다.

뉴델리로 가까워질수록 뿌옇게 낀 안개는 먼지와 함께 스모그를 이루고 있다. 경제성장이 시급한 후진국인 인도로선 환경오염문제는 그저 가진 자의 투정으로 생각될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몇몇 대도시들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이곳 델리처럼.

공해가 심각한 인도 일부에선 마스크가 필수!
공해가 심각한 인도 일부에선 마스크가 필수! ⓒ 이창욱
인도여행의 필수품, 마스크를 쓰고 환전을 위해 우선 시티은행을 찾았다. 은행을 들어서는데 몸수색에 짐 수색까지 한다. 총을 찬 사설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인도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은행을 나와 여행 정보도 얻을 겸 한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빠하르간지를 찾았다. 빠하르간지는 '여행자들의 거리'라고 불리우는 하나의 시장이다.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지를 가다

비좁게 이어진 골목이 이어져있고, 그 골목을 따라 여러 상점들이 분포해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식당들과 숙소들이 밀집해있어 처음 델리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객들은 거의 대부분 이곳 빠하르간지에서 묶게 된다. 그래서 여행객들의 베이스캠프라고까지 불린다고 한다.

북새통을 이루는 빠하르간지 입구..
북새통을 이루는 빠하르간지 입구.. ⓒ 이창욱
내 경우에 여행을 하면서 여행 전에 세웠던 계획들, 들었던 장소를 반드시 찾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정보가 부족한 여행객에게 먼저 다녀온 이들이 추천하거나 이야기한 정보는 분명 길잡이가 되곤 한다.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름, 골든 카페를 찾았다. 한국인 여행객이라면 대부분 들러 서로서로 여행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기에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그곳을 찾는다.

길을 걷기가 힘들 정도로 빼곡한 사람들과 그 틈을 비집고 다니는 오토릭샤(삼륜차)와 싸이클 릭샤, 거기다 자신이 주인인냥 엉덩이에 배설물을 묻히고는 위풍당당하게 돌아다니는 소들, 그리고 여행객들만 보면 어디서들 모이는 건지 끈덕지게 들러붙는 호객꾼들. 이 모든 것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빠하르간지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한 그 틈을 비집어 찾은 골든 카페는 너무나 인도적인 모습이었다. 그래도 규모있는 하나의 식당이겠거니 했건만. 이건 우리나라의 여느 초등학교 부근에 있을만한 분식집 수준의 식당이 아닌가? 그렇든 아니든 여행객들에게 골든카페가 가지는 의미는 다름없을텐데, 번듯한 외관을 지닌 장소를 공신력있거나 유명세를 가진 장소로 생각하는 경향이 내게 실망과 의심을 가져다준다.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외국인들에게 장사가 잘되는 식당들을 모방한 유사식당도 있다는 말이 생각나 행여나 싶어 그곳에 앉은 한국인들에게도 물었지만 맞다는 말이 돌아온다.
분명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고 김치찌개 등 우리나라 음식들도 팔고, 한국인들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었지만 이미 선입견으로 자리잡은 상상속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래, 여행에 대한 환상을 깨자. 사전에 알아낸 지식과 상상이 실제와는 너무 다름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상황 아닌가!!그저 보이는 것에 충실하자.

한국인들이 많이 들르는 골든 카페
한국인들이 많이 들르는 골든 카페 ⓒ 이창욱
여행자를 노리는 사기꾼들이 득실대고

그리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뉴델리역으로 릭샤를 타고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 설, 추석 등 명절에서야 기차역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가뜩이나 외국인은 길찾기 힘든 인도에서 사람들이 기차역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여기저기 떠밀려 다니다 겨우 주요 기차편과 시각이 나와 있는 시각표을 사고, 예매를 위해 외국인 전용 예약실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말을 걸어오는 인도인 자신들이 안내하겠다며 앞장을 서는데 한참을 따라가니 역 밖으로 나간다. 영어도 통하고 선량해 보이기에 한참을 따라가다가 아예 역을 벗어나는 것이 의심스러워 뿌리치고 다시금 역으로 돌아섰다.

알고 보니 뉴델리역 주변 사설 여행사들로 여행객들을 끌고 가 커미션을 챙기는 사기꾼들이 많다고 하니, 이것 참 이놈저놈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다 사기꾼 같아 보이니 큰일이다.

뉴델리역 2층의 외국인 여행자 전용 예매소
뉴델리역 2층의 외국인 여행자 전용 예매소 ⓒ 이창욱
대재앙,쓰나미가 인도를 강타하다.

외국인 예매실에서 줄지어 기다려 기차표 한 장을 예매했다. 기차표 한장 사는데 2~3시간이라니 서두르지 않으면 또 하루 날리겠다.

서둘러 나와 다시 빠하르간지에서 집으로 안부전화를 건다. 인도는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국제전화를 걸려면 좁은 사무실에서 전화를 건 시간만큼을 요금기로 계산하는 사설 전화방을 이용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 홍콩을 거쳐 인도로 온지 4일째. 굳이 전화를 하지 않아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생각하시겠지 했던 것이 화근이였다. 우리가 떠난 직후 동남아시아와 인도 남부에 쓰나미가 덮쳐 난리라고 했다. 몇 만명이 죽었다고도 하고, 그 여진이 남아있어 그 일대가 아직 위험하다고 한다.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 연락도 되지 않는 이국땅에 자식을 보내고 들려오는 대재앙 소식. 매 시각 피해상황이 방송되면서 인도라는 나라도 계속 언급이 되었을테니 나의 무심함이 죄송스럽다.

그리고 한편으론 묘한 기분을 느낀다. 실제 재난을 당한 국가에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는 우리와, 전혀 재난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으면서 걱정과 관심을 두는 부모님.

뜬금없이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이라는 이치가 생각나는 건,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는 대재앙의 근원지에 가까이 있는 우리가 오히려 태평했음이 가르쳐주는 사실이다.

우린 북부라 안전하다고 안심을 시켜드려도 남부뿐만 아니라 북부 산악지대도 여진으로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우려하신다. 그래도 한번 떠난 여행, 다시 들어오라는 부모님 말씀에 위험하면 바로 들어가겠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로 안심시켜 드리고, 시계와 계산기를 사고는 빠하르간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인디아 게이트를 찾아 나선다. 오토릭샤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시나 짧지 않은 흥정이 따라붙는다.

그 흥정의 끝에 찾아간 인디아 게이트. 그 곳엔 덩그러니 하나의 개선문이 서있다. 밤의 야경이 더 아름답다는 인디아 게이트. 운좋게도 한참을 헤매 인디아 게이트에 도착하자 날이 어두워진다. 정말 운좋게도.

웅장한 규모의 인디아게이트..

웅장한 인디아게이트,아랫쪽의 사람의 크기가 웅장함을 짐작케한다.
웅장한 인디아게이트,아랫쪽의 사람의 크기가 웅장함을 짐작케한다. ⓒ 이창욱

야경이 좋은 인디아 게이트...
야경이 좋은 인디아 게이트... ⓒ 이창욱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인도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인디아 게이트는 왕의 길이라는 뜻의 라즈 파트의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42m 규모의 인디아 게이트는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에선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대형 건축물이다.

왠지 대륙기질이 인도인들의 가슴속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광대한 규모에 한번 놀란다. 인도란 나라, 왠지 모를 저력이 느껴진다.

그 곳에 놀러나온 인도인 가족을 만났다.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인도인 아버지. 후덕한 인상의 그 분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가족들.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 딸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다.

역시 어딜 가나 가족의 화목한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떠난 지 불과 며칠. 오늘은 고국에 계신(순수 국내파인 난 왠지 이 표현 한번쯤 꼭 써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생각나는 밤이다.

인도에서 여행객은 봉????
온갖 사기와 억지가 여행자를 슬프게 하고...

인디아 게이트를 찾아가는 길..황당한 경험을 했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인 인디아 게이트까지 30루피로 흥정을 하고는 오토릭샤를 타게 된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릭샤왈라는 뚱딴지 같은 소리를 늘어놓는다..

한명에 30루피이니 총90을 내란다. 분명 한번의 30이라고 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딴소리다. 그저 좀 더 받아볼려고 버티어보는 수작인듯. 괜한 시간 낭비가 싫어. 총 55루피를 주고는 돌아선다.

그 뚱한 표정이 얼마나 얄미운지. 앞으론 아무리 시간이 아까워도 말도 안되는 억지엔 속아주지 않으리 다짐을 해본다. 혹여 인도로 여행을 가실 분들도. 단단히 마음을 가지길.

이 정도는 약과다. 인도 북부에선 여행자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음을 아는 탓인지,그 동안 여행객들이 쉽게 눈먼돈을 내어준 탓인지. 온갖 사기수법과 억지가 판을 친다. 이런 사기꾼들이 쉽게 하는 말은 "no problem" 경험상 많은 경우 'many problem' 이었으니 어이없는 경우를 당해도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시고, 여행을 망치는 우를 범하진 마시길.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유포터에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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