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즈음 들어 부쩍 글쓰기에 관심이 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서둘러 학부과정에서 글쓰기 과정을 두고 학생들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겉표지
ⓒ 들녘
<글쓰기의 전략>은 현재 대학 학부과정에서 글쓰기와 글읽기 과정을 맡고 있는 두 교수가 직접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대개의 글쓰기나 논술 관련 저서가 시류에 영합해 수사학 관련 이론이나 단편적인 논술문 쓰기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같은 전문가를 위한 글쓰기 지침서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말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글쓰기 교재를 찾아 보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으로 실제로 글쓰기 교재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글쓰기의 전략>은 그나마 최근에 나온 글쓰기 저서 중에서는 그래도 실제 글쓰기 수업에 활용할 만한 가치가 가장 높은 저서로 손꼽을 만하다.

글은 논리적 구성력에 핵심이 있다

한 편의 글은 그 조직과 구성에 핵심이 있다. 하지만 '조직'이나 '구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애매성 때문에 실제로 대부분의 글쓰기 교재에서 그 말들은 추상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쓰기 전략>에서는 특히 글의 '논리 구성'에 중점을 두면서, 실제로 글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예문을 중심으로 글쓰기의 전략과 방법들을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글의 논리 구성방식으로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제1 유형은 '소주제→ 소주제→ 소주제', 제2 유형은 '비판→ 주장', 제3 유형은 '현상→원인→해결책', 제4 유형은 '화제→의미', 그리고 제5 유형은 '내용1→내용2→내용3(대등한 연결 혹은 나열식)'이다. 즉 이런 유형과 그 변이형들을 중심으로 단락이나 의미덩이 중심으로 글쓰기 전략을 전개해 나간다.

대개의 글쓰기나 논술 관련 저서가 문장 중심의 문법적 글쓰기에 그 중심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에 <글쓰기의 전략>은 그런 문장, 문법 중심에서 벗어나 단락이나 의미 덩이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단위는 형식적인 단위가 아니라 전체글에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단위임을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구성이 고정된 틀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 구심력과 같다고 했으니 뚜렷한 실체를 잡기가 더 어려워졌다. 구성을 고정된 실체로 보지 말라는 말은 구성을 공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글이 진행되는 일정한 방향으로 보라는 의미이다." (p120)

글쓰기는 순환적 과정이다

읽기와 쓰기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곧 표현과 이해의 영역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이 있을 수 없듯이, 끊임없는 읽기과정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매우 당연한 의미이다.

'글쓰기가 순환적 과정'이라 함은 곧 읽기가 수반되는 쓰기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결과 중심 쓰기에서는 쓰기의 결과물만을 중시하고 과정 자체를 간과하는 우를 범해 왔다. 이는 학습자들에게서 한 편의 글을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쓰기의 전략>에서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글의 시작 단계에서 완성 단계까지 각 단계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예문들을 각 단계와 밀접하게 관련시켜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예로 사용된 글감들을 단지 전범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각 단계별 글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상세한 분석과 해설이 뒤따르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쉬운 우리글 지식

이 책이 가지는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글쓰기에서 때때로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주는 몇몇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해 예문을 중심으로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세방/셋방', '전세방/전셋방', '전세집/전셋집'에서 어떤 표기가 옳은 표기일까.

이 문제는 우리말 표기법 중에서 가장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사이시옷에 관한 것이다. 현행 어문 규정에서 사이시옷을 넣는 규정은 '두 단어가 합해져서 하나의 단어가 된 것', '그 두 단어 중 하나는 반드시 고유어일 것', '원래에는 없었던 된소리가 나거나 ㄴ소리가 덧날 것' 등이다. 단 '숫자, 셋방, 횟수, 찻간, 곳간, 툇간'의 한자어는 예외이다.

따라서 '셋방', '전세방', '전셋집'이 옳은 표기이다. '방'은 한자어이고, '집'은 고유어이기 때문이다.

위에 제시된 것 뿐만 아니라, '이'와 '히'가 붙는 표기 문제, '숟가락'은 'ㄷ'받침인데 '젓가락'은 'ㅅ' 받침일까의 문제, '웬'일까 혹은 '웬'일까 등등 흥미로운 예들을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초고는 가슴으로, 재고는 머리로 써라!'는 제목이 시시하듯이, <글쓰기의 전략>은 단순하고 피상적인 글쓰기 교재가 아니다. 다년간 글을 지어왔고, 가르쳐 온 저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 있는 녹록치 않는 저서이다. 기존의 수많은 글쓰기 교재의 피상성에 질려 온 독자들이 펼쳐 든다면 분명히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들녘(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