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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재석의원수 141명 중 88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와 유재건 당의장, 임채정 선관위원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재석의원수 141명 중 88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와 유재건 당의장, 임채정 선관위원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한 의원의 말처럼 "언론이 전부 '물'을 먹었다".

당초 '김한길·배기선 경선'은 지난 2004년 6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천정배·이해찬 경선'에 비교되며 박빙이 점쳐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 같은 예상을 뛰어넘어 두 배 가까운 표차로 김한길 의원이 낙승을 거뒀다.

계파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김한길 의원이 '정동영계'로 분류되지만 "당권파의 승리"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물론 배기선 의원이 김근태계·친노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반(反)정동영 흐름을 견지했지만 변수는 '경선 현장'에서 마음을 정한 '무계파' 의원들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투표에 앞서 진행된 후보자 정견발표와 토론회를 보고 지지자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상대할 '강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한 배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약점'이, 김 의원의 계보주의 약점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크다.

정동영계 - 김근태계 표정 상반

원내대표 경선에 참석한 김근태 의원과 염동연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참석한 김근태 의원과 염동연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표결 결과를 발표한 뒤 정동영계 의원들과 김근태계 의원들의 표정은 상반됐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핵심 참모역인 이인영 의원은 "잘 모르겠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본 뒤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근태 당원 조직인 국민정치연대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당권파 뿌리가 무섭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흥분할 때가 아니다"라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근태 캠프의 당혹스러움을 대변했다.

'김근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어젯밤 이미 김한길 의원 쪽에서는 35표 이상 차이가 난다는 자체 집계가 있었다"며 이번 결과가 '조직표'의 승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최근 정동영·김근태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참에 확실히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전당대회 전초전' 성격으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경선장에 정동영 상임고문이 들러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간 것에 대해 "사실상 김한길 선거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근태 고문이 앞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장에는 들렀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경선장에는 뒤늦게 나타나 투표만 하고 돌아간 점을 비교했다.

반면 정동영 상임고문 쪽에선 상기된 표정이다. 이번 경선 결과가 '김한길 자력'임을 강조하면서도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고문의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원내전략 리더십을 갖췄는가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었다"며 "두루뭉수리하게 통합과 화합을 외치는 것보다 기획과 홍보 등에서 경험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당권파와 상관없는 결정이었다"며 "김한길 후보를 선택한 88명 의원들이 모두 정동영계는 아니지 않냐"고 정동영 고문과의 관계를 불식시켰다.

'반(反)정동영 연대'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며 "누구보다도 김한길 의원을 (정 고문이) 잘 알고 원톱 같은 투톱으로 가면 적어도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없지 않겠냐고 유리하게 해석했다.

무계파 "통합형보다 '위기돌파용 전략가' 선택"

24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재석의원수 141명 중 88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당선된 김한길 후보와 배기선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재석의원수 141명 중 88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당선된 김한길 후보와 배기선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당내 일반 여론은 "양 계파를 떠나 당 위기를 돌파할 전략가를 택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이날 당일 경선장에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와 정책토론회를 보고 마음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의외의 결과"라는 임종인 의원은 "연설이 좋았다"며 "원내전략과 기획력을 지닌 지략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계파 초선의원 모임을 주도한 안민석 의원은 "인화보다 당에 대한 일과 비전을 제시한 게 주효했다"며 "구체적으로 원내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선명하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무계파 모임에 소속된 30여명의 의원들은 경선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현장 판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의 김형주 의원은 "계파별로 표를 찍었다면 박빙이었겠지만 정책 내용에 따라 투표를 했기 때문에 표차가 크게 난 것 같다"며 "오늘 연설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김 의원이 이날 정견발표에서 지방선거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 의원은 "의원들이 5월 지방선거까지 고려한 것 같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본 전략가가 맡아서 지방선거를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 2004년 총선 과정의 막전막후를 소개하며 "이번에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병호 의원은 "계파주의가 크게 작용한 것 같지는 않다"며 "위기돌파형 리더십을 통해 난국을 타계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 아니겠냐"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참석한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참석한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배기선 '약점' 결정타 "또 중도하차 하면 어쩌나"

두 후보에게는 각각 약점이 있었다. 김 의원은 특정 계파주의를 대변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배 의원에게는 뇌물 수수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번 경선은 '어떤 약점이 더 큰 문제인가'라는 네거티브 요인이 당락을 좌우할 거란 예상도 많았다.

배기선 의원을 적극 지지한 한 중진의원은 "결국 선거법 위반이 의원들의 걱정을 크게 샀다"고 평했다. 이 의원은 "혹여라도 지방선거 앞두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중도 하차'를 걱정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당의장이 수시로 바뀌어온 점이 의원들의 노파심을 부추겼고 그 결과 김한길 의원의 '약점'을 압도했다는 얘기다.

배 의원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관련해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배 의원은 이와 관련 재판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의원들을 안심시켰지만 '자라보고 놀란' 의원 다수를 설득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한편 배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온 임채정 장영달 문희상 유인태 등 '소통과 화합의 광장 모임'(광장 모임) 소속 중진 의원들은 이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숙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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