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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전해 준 소식>표지 입니다.
<새들이 전해 준 소식>표지 입니다. ⓒ 샘터
저자의 약력을 보니 간단치 않다.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다 전공을 바꿔 런던 정경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 동안 국제 금융과 개발 경제학을 가르쳤다. 거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소설과 수필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영화 <인도차이나>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특이한 이력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던 작가가 새로운 비행기의 제작 과정을 지켜보다가 동화를 쓰게 되었다.

'에어버스사로부터 A380(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일을 부탁받은 에릭 오르세나가 여러 공장을 방문하며 비행기 제작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을 직접 만나는 동안 생각해 낸 이야기입니다.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이들의 모습이 저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아름답고 재미난 동화가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개성이 강한 일곱 명의 주인공과 중재자(전직 축구감독)가 한 팀을 이루어 섬을 탈출하기 위해 비행기를 만든다. 그 섬의 총 책임자이기도 한 원장선생님은 그들을 음악으로 격려하고 나무라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는 열정적이지만,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독불장군들이 모여 심상치 않는 일을 벌인다.

이야기 전개방식이 단순하지 않아 읽는 데 애를 먹었다. 뭔가 전문적 지식이 나올 것 같은면 갑자기 감상적으로 빠져 버리고, 뜬금없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여기저기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뿌려져 있다. 문화적 차이거나 취향이 다른 탓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전조 없이 갑자기 듣게 되는 등장인물의 주장에 어리둥절해진다. 기상관측 전문가 한스의 잘못된 기상예보에 대한 변명이 그렇다.

'내가 가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즉 원장님의 옷에 관한 것입니다. 과학자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너무 강렬한 색채는 바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설명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것은 피뢰침이 번개를 유도하고, 빨간색이 투우를 유인하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과학자를 빙자해서 늘어놓는 한스의 변명이 그럴듯하다.

비행기가 완성될 때쯤이다. 계단 만드는 일이 유일한 낙인 자비에는 비행기 안에 필요 없는 계단을 만들자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모든 비밀은 시와 같습니다. 우리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요. 바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비행기를 기선처럼 만드는 거예요. 여러 층의 헌창도 달구요. 낮에도 무척 아름답지만, 밤이 되어 모든 헌창에 불을 밝히면 더욱 멋질 거예요. 그리고... 그리고 비행기 안에 사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상승에 대한 경의요 찬사예요. 마음속에 사다리를 품고 다니는 사람은 저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는 사람이거든요.'

당장 섬을 벗어나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자비에가 늘어놓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자비에'라는 인물 설정에서 의미를 찾아보았다.

섬에서 탈출하려는 데는 굳이 예술이나 관념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 텐데도, 그녀는 멋지게 한자리를 차지한다. 괴팍한 동료들도 자비에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사다리를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 작가는 과학과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과 관념도 그들이 만든 비행기 안에 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한 편, 특이한 발상이 돋보이고 철학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올해의 열정상 대상을 후보 7명 모두에게 준다든지 그런 아이들을 섬에 가둬두고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 하도록 설정한 것이 그렇다. 바다에서 얻은 고래 뼈를 비행기 동체로 삼겠다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그들을 조율하는 맥레넌 원장을 통해 특별한 아이들에겐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교육철학을 느낄 수 있다.

끝 부분에서 새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난해하다.

'새들의 권유에 귀 기울이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일에 관한 한, 새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있을까요? 너무도 귀중한 도움 준 새들에게 경의를 표해야겠습니다.'

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동화책이지만 내겐 너무 난해하고 복잡하다. 익숙하지 않은 특이한 문체 때문에 책을 읽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문화의 차이를 느끼는 책이었다.

덧붙이는 글 | 새들이 전해 준 소식 / 에릭 오르세나 지음 / 샘터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새들이 전해 준 소식

에릭 오르세나 지음, 김용채 옮김, 샘터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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