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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 대통령도 연두 TV연설에서 그 해소를 역설했지만, 자본의 논리는 오히려 심화를 쫓고 있다. 그리고 사회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있는 '의료와 교육의 산업화'라는 부르짖음은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자양분이다. 공공의료 확대의 목소리는 경제와 시장의 논리에 잠식되면서 국민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가계지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3월 출시될 생보사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상품을 공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의 비교와 분석을 통해 그 실체와 파장을 3회에 걸쳐 접근해 본다.<기자 주>

상. 보험료와 지급율 비교로 본 공공성과 효율성
중. '가입자 고르기(cream skimming)'로 수익률 극대화
하. 공공보험 보장성 강화의 최대 걸림돌


올 3월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상품을 앞두고 논란이 뜨겁다. 사회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어버린 지금, 실손형이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작년 9월부터 생보사에게도 판매가 허용된 '실손형' 상품이 언론을 통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실손형이란 진단이나 입원시 사전 약정금액을 지급하는 기존의 정액형과는 달리, 가입자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를 실비로 보장해주는 민간의료보험상품이다.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3' 생보사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대한생명이 올 3월부터 실손형 상품을 출시한 후 다른 두 생보사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개발원은 생보사 등의 민간의료보험시장 규모가 2005년 국민건강보험료 수입의 절반에 근접하는 7조5049억원이며, 2007년에는 8조7339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대 의대 이진석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10가구당 9가구가 암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월 보험료로 9만원을 넘게 지출한다.

실손형 상품이 본격화되면 정액형에 가입해 있는 가입자들이 점차 실손형으로 이동하거나 신규계약도 실손형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후 보장의 차등화 등 다양한 가격의 상품개발이 이어지면 경제적 여유에 따라 보장수준이 다른 실손형을 구매하게 된다. 의료이용의 양극화현상이 구체적으로, 극명하게 가시화되면서 의료가 사회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공공재에서 부의 정도에 따라 획득되는 자본재로 확정되는 것이다.

4인 가족 실손형 가입시 7만4천원...평균 건강보험료의 1.5배

2005년 11월 평균 직장보험료는 사용주 부담을 제외하고 5만40원,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평균보험료는 4만8355원이다. 실손형 상품은 남자의 경우 1세 3만9480원, 5세 1만5930원, 30세 8000원, 45세 1만8890원 등 연령별, 성별로 보험료가 다르다. 발병이나 상해확률이 높은 연령일수록 보험료가 높다.

직장에 다니는 35세 가장과 전업주부인 30세 부인, 1세와 5세 남아로 구성된 가족의 경우 건강보험처럼 가족 모두가 혜택을 받기 위해 실손형 보험에 가입하려면 매월 약 7만4천원을 납부해야 한다. 직장에서 내는 평균건강보험료의 1.5배나 되는 금액이다. 건강보험은 가족형이고, 실손형은 개인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으로서의 성격과 보장범위가 전체 질환인 반면에, 실손형은 이윤극대화가 목적이고 매우 한정된 질환만 보장해주는 보험사의 상품이며, 주로 건강한 층을 가입대상으로 한다.

생보사 실손형 상품의 연령별 월보험료

 

연령

1세

5세

10세

15세

20세

25세

30세

35세

40세

45세

50세

55세

실손형 보험료(월)

39,480

15,930

12,500

8,470

6,500

6,900

8,000

11,380

13,000

18,890

20,500

37,720

자료 : 2006.1.1. 데일리메디, 2006.1.24. 조선일보 보도

ⓒ 송상호


건강보험 지급율은 104%, 생보사는 60%

건강보험은 2004년 보험료 수입 15조 6100억원(국고지원금 3조 3400억원 포함한 총수입은 18조 9500억원), 총급여비가 16조 2600억원으로 지급율(보험료수입대비 지급비율)이 104%이다. 그리고 사용주부담을 제외하면 지급율은 162%에 이른다. 100원의 보험료를 내고 162원을 진료비로 지급받은 것이다.

하지만 생보사의 기존 상품인 정액형의 지급율은 엄청난 숫자의 생활설계사 성과급,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광고비 등 막대한 마케팅비용, 주주에 대한 이익금배당 등으로 60% 내외였음에 비추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S생명의 경우 2004년 수입보험료 16조705억원 중 지급보험금이 10조9635억원이었고, 예정사업비는 3조8908억원으로 24.2%를 차지했다. 그리고 23개 생보사의 각 항목 총액은 47조3242억원, 28조2449억원(59.7%), 13조1362억원(28.8%)이었다.

건강보험과 생보사 지급율(보험료수입대비 지급비율) 비교(2004)

 

 

지급율

비고

건강보험공단

104%(사용주부담 제외시 162%)

관리운영비 4.3%

생명보험사

59.7%

예정사업비 28.8%

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개발원

ⓒ 송상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은 멀기만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는 모든 질병이며 상한금액도 없다. 여기에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어 법정본인부담금이 6개월 이내에 300만원이 초과할 경우 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해 준다.

기존의 47%였던 암 질환의 보장성이 작년 9월부터 64.4%로 확대되었고, 2007년 1월에 70%, 2008년에 75%까지 확대된다. 또한, 현재 비급여인 식대, 상급병실료 차액이 2006년 3월, 2007년 1월부터 각각 보험급여에 포함되는 등 전체 보장성은 현재 61%에서 70% 이상까지 높아져 총진료비가 100만원일 경우 환자는 3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추이(총진료비 1천만원인 암 환자의 경우)

 

급여확대시기

2005.9월 이전

2005.9월 이후

2006.3월

2007.1월

급여금액(보장성)

470만원(47%)

644만원(64.4%)

701만원(70.1%)

750만원(75%)

자료 : 보건복지부

ⓒ 송상호


그러나 건강보험의 취약했던 보장성, 공공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민간과 민영은 효율성이란 등식의 세뇌, 민간보험사들의 막대한 자금력과 무차별광고의 높은 장벽은 사회보장으로서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를 가두어 버린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논리는 의료를 마지막 빗장까지 자본에게 열게 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민간보험사들은 이익의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며 견고한 의료자본의 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과연 양극화 해소는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짚어보아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송상호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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