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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 대통령도 연두 TV연설에서 그 해소를 역설했지만, 자본의 논리는 오히려 심화를 쫓고 있다. 그리고 사회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있는 '의료와 교육의 산업화'라는 부르짖음은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자양분이다. 공공의료 확대의 목소리는 경제와 시장의 논리에 잠식되면서 국민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가계지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3월 출시될 생보사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상품을 공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의 비교와 분석을 통해 그 실체와 파장을 3회에 걸쳐 접근해 본다.<기자 주>

상. 보험료와 지급율 비교로 본 공공성과 효율성
중. '가입자 고르기(cream skimming)'로 수익률 극대화
하. 공공보험 보장성 강화의 최대 걸림돌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민간의료보험, 규제 장치는 극히 미비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은 '위에 있는 크림만 거둬서 먹는다'란 뜻이다. 알짜만 고르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다. 생보사 등 민간의료보험용어로는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은 가입시키고 허약하거나 발병율이 높은 계층은 가입 안 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가능한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성이나 사회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과 개별화에 충실한 본능이 전체를 관통한다. '약자'는 도퇴되어야 하고 '강자'만이 남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민간의료보험은 밀림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가장 단순한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민간의료보험사와 그 상품에 대하여 원칙적이고 다양한 규제로 돈만 쫓는 속성을 견제, 제어하는 것이다. 수백 가지 상품을 10개의 유형으로 표준화 하고, 규정된 75%의 지급율 의무를 이행토록 강제하고, 65세 이상에 대한 가입자 고르기를 금지하는 등의 폭넓은 장치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민간의료보험사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 느슨하고 미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체적 사례는 '실손형'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수 많거나 만성질환은 제외

실손형 보험은 신체검사를 받은 뒤 가입여부가 결정된다. 건강한지를 가려내는 자격심사인 셈이다. 검사결과 암 등 중대질병이 있거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을 앓고 있으면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의원, 한방병원, 치과는 급여가 안 된다.

그리고 환자수가 많은 치질 등 항문질환, 디스크, 치매, 산부인과, 정신과 계통의 질병도 보장에서 제외된다. 특히, 항문질환인 치액은 2004년 진료인원이 약 20만명으로 입원 다발생질병 1위였다.

외래(통원치료)는 1회당 10만원, 약국은 1회당 5만원까지만 보장된다. 입원환자는 본인부담총액의 70%를 보장하지만 연간 3천만원으로 제한된다. 한편, 2004년 진료자 중 건강보험이 10억이상 지급한 환자는 18억원 등 3명이었으며, 3천만원 이상은 8천명에 급여비는 2천900억원이었다.

진료비 가장 필요한 연령도 가입제외

건강보험 가입자는 154만 의료급여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다. 하지만 실손형 보험가입은 1~55세로 0세 및 56세 이상은 제외된다. 2004년 건강보험적용대상 0세 영아는 43만여명, 건강보험은 급여비로 1천114억원을, 56세 이상은 760만명, 6조8천300여억원을 지급했다. 56세 이상이 전체 급여대상의 16%에 불과하지만 전체급여에서는 41%를 차지한 것이다. 한창 진료가 필요한 연령대를 가입대상에서 제외했고, 기존 가입자도 55세가 넘으면 퇴출 되어야한다. 위험도가 높은 직업종사자도 대상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입자 고르기(cream skimming)'의 전형이다. 규제 없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여 공공보험 붕괴현상이 심화된 칠레는 민간의료보험의 연령별 가입비율이 20~39세 41.2%, 40~50세 17.8%, 60세 이상 3.1%(WHO, 1999년)로 가입자 고르기가 극심하다. 최근 WHO는 보건의료시스템평가를 통해 칠레를 전세계 191개국 중 168위로 평가하였다.

전체 진료비의 70%인 외래는 대부분 본인부담

안전장치는 가입자 고르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고안된 이중의 장치가 있다. 생보사로서는 최고의 수익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제금액이 설정되어 있는데, 외래 5천원, 약값 3천원까지를 보장금액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즉, 의원 외래진료로 본인부담 진료비가 5천원 이하가 나왔다면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2004년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총진료비 16조2천억원 중 외래가 70%로 11조원(약국 포함)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4년 명세서 건수기준으로 외래본인부담금 5천원 이하 건이 50%, 약국본인부담금 3천원 이하 건이 53.6%인 점을 감안한다면 감기로 인한 동네의원 통원치료 등 소액진료는 절반 이상이 보장에서 제외되고, 나머지도 일부만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송상호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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