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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리스나 렌트 어느 한 쪽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가용처럼 이용되는 장기렌터카에 대한 면세혜택'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왜 리스업계 주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해 주느냐?"

지난 27일 장기대여 렌터카 세금 논란을 다룬 '허 번호판 뒤에 묻힌 세금 3200억'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간 직후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으로부터 A4용지 넉장 분량의 '팩스문'이 날아 왔다.

요지는 이랬다. "렌터카 사업과 리스업은 첨예한 경쟁업종인데 기사에서 일방(리스업)의 입장만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렌터카 업계의 입장에 대해서도 보도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렌터카 업계 "장기대여 렌터카가 왜 자가용이냐?"

렌터카 업계의 요구대로 여기서 그들의 입장을 잠시 들어보자.

먼저 렌터카 업계는 "장기대여 렌터카가 자가용이라는 리스업계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렌터카 사업은 장·단기를 떠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버스나 택시와 같이 운수사업(영업용)으로 규정되고 있어, 법 체계의 통일성 원칙에 따라 지방세법에서도 영업용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병하 자동차대여사업조합 전무는 "이같은 이유에 의해 장기대여 렌터카는 영업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리스업계에서 제기하는 자가용과의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자동차라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 자가용·영업용 등 실제 내용에 따라 과세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실질 과세의 원칙'과 관련해서도, 렌터카 업계는 "렌터카의 경우 자동차 대여를 통해 얻는 이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지만 리스자동차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없기 때문에 (현행 세금 체계는) 실질과세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렌터카 업계는 특히 "리스업계가 다른 업종인 렌터카 업계의 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도를 벗어난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리스업계가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은 외면한 채 다른 업종인 렌터카의 세제 인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하 전무는 "리스업계는 그동안 끊임없이 리스-렌트 간 과세형평성 논쟁을 일으켰으며, 정부 부처간 혼란과 대립을 부추겨 일관성 없는 정책추진을 초래하게 하고 있다"며 "리스업자도 지난해 6월부터 렌탈업을 겸업할 수 있게 된 만큼 (렌터카 업계에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렌터카 사업을 등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렌터카 업계는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문제를 줄곧 리스업계와의 대립으로 몰고 갔다. 렌터카 업계가 보내온 팩스문 제목 역시 '리스업계 주장에 대한 렌터카 업계 입장'이다.

기사 본질은 업계 갈등이 아닌, 조세 형평성과 실질과세의 문제

그러나 '허 번호판 뒤에 묻힌 세금 3200억' 기사의 본질은 리스와 렌터카업계 간의 의견 대립이 아니다. 리스 업계의 주장과는 상관없이 조세 형평성과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난 현행 자동차세 관련 규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래서 "리스 업계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렌터카 업계의 주장을 기자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욱이 재경부와 감사원 등 정부 일각에서는 '장기대여 렌터카가 실질적으로 자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관련 규정(6개월 이상 장기대여 렌터카에 특별소비세 부과)을 고쳤다. 그런데 유독 지방세 범주인 자동차세와 관련해서만 불합리한 규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를 따져 보았을 뿐이다.

특히 이미 지방세 주무 부서인 행정자치부가 이에 대한 입법예고까지 했는데도 관련 규정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뭘까, 이런 의문이 기자가 취재에 나선 배경이다.

기사에서 이미 밝힌 대로 원인은 부처 간의 갈등에 있었다. 주무 부서인 행자부가 관련 규정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이를 개정하려 해도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개정안 처리가 유보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의 상충'을 들먹이며 반대 입장을 보인 건교부의 주장은 기자를 설득시키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게다가 건교부에서 주장하는 '법률상의 상충'은 렌터카 업계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과거 재경부가 6개월 이상 장기대여 렌터카를 사실상 '자가용'으로 간주하고 특소세를 부과한다고 했을 때 건교부는 지금처럼 적극 반발하지 않았는가? 이는 렌터카 업계에도 마찬가지로 던지는 질문이다.

여기에 "리스업자도 렌탈업을 겸업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면 렌터카 사업을 등록하면 될 것"이라는 렌터카 업계의 주장도 이번 사태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는 오히려 리스 업계에도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정부가 세제상의 누수현상을 더 부풀릴 뿐이다.

정부는 리스나 렌트 어느 한쪽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가용처럼 이용되는 장기렌터카에 대한 면세혜택'에 초점을 맞춰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나도 렌터카로 바꾼다... 이 혜택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일부 누리꾼이 기사에 올린 다음의 댓글을 정부 당국자들이 한번쯤 곱씹어 봤으면 한다.

"작년 연말 근로소득 신고하고 며칠 전 결과를 받았다. 나처럼 근로소득만 있는 소시민은 집 다음으로 어렵게 소형자동차 몰고 이런 세금 저런 세금 다 내는데, 기업체 임원이나 개인사업자들은 렌터카 이용하며 세금 경감 받으면 우리나라 세금은 순진하고 없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제발 실질 관계에 기반한 조세 제도, 행정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ID '레스')

"나(월급쟁이)는 소나타를 탄다. 내 친구(사업)는 그랜저를 탄다. 그런데 자동차세는 내가 많이 낸다. 친구가 차 바꿀 때 쯤 렌터카로 하라고 비결을 알려줬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렌터카로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자가용처럼 이용되는 고급 렌터카가 택시와 똑같이 세금감면을 받는다면 일반 자가용이용자는 바보가 될 듯 싶다. 이러한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특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렌터카로 바꿀 것이다. 틀림없이 이 혜택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므로…."
(ID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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