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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면민들 앞에서 첫 연주회를 갖는 이서지역아동센터 학생들.
ⓒ 최연종
클라리넷,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피아노, 드럼 연주…. 거창한 관현악 합주단의 연주회가 아니다. 피아노 등 음악학원 한 번 다닐 수 없는 산골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면민들 앞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뜻깊은 연주회다.

화순 이서 지역아동센터 소속 초중고 학생 20여명이 3일 이서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처음으로 봄맞이 연주회를 열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연주회의 의미를 더했다. 면민 50여명이 함께 한 가운데 열린 조촐한 연주회였지만, 학생들은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했고 면민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이었다.

▲ 초중고등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연주단은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 최연종
"음질이 다소 안 좋을 겁니다. 연주도 물론 서툴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힘찬 박수로 격려해 주시면 오늘 연주가 더 빛이 날 것 같습니다."

이서지역아동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서보월교회 김정렬(45) 목사가 연주회에 앞서 학생들을 격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정이 넉넉지 못해 보통 가격의 1/3 수준에 악기를 구입하다 보니 소리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초등학생 8명과 중학생 10명, 고등학생 3명 등 21명이 연주회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김정렬 목사는 드럼을 치고 김 목사의 부인인 성은정(38)씨는 전자 오르간을 맡았다.

▲ 면민들은 여느 연주 때보다 학생들의 연주를 진지하게 지켜봤다.
ⓒ 최연종
학생들은 '등대지기' '바닷가에서' '섬집 아기' '기러기' '고향의 봄' 등 12곡을 연주했다. 향토색이 물신 풍기면서도 좀 싱거운 곡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주변에 학원이 없는데다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해 악기를 배울 수 없는 여건을 깨고 연습을 통해 연주회를 여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 학생들에게 연주법을 지도한 김정렬 이서아동센터장.
ⓒ 최연종
김정렬 목사 부부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없이 이번 연주회는 불가능했던 일. 학생들은 이서보월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지역아동센터에서 두 부부로부터 방과 후 공부는 물론 각종 악기를 배웠다. 성은정씨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김 목사는 클라리넷 플루트 등 관악기와 드럼 베이스 기타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 연주법을 도맡아 가르쳤다.

"시골학생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데다 특기적성 교육의 한계를 느껴 악기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연주도 하면서 정서순화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지요."

김 목사는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등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여수 남면 출신으로 2002년 5월 보월교회에 부임했다. 보월교회는 87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교회로 성도가 100여명에 이르는 산골교회치고 꽤 큰 편이다.

▲ 최선을 다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학생들.
ⓒ 최연종
김 목사는 시골에 결손가정이 많은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치고 문화답사도 하기 위해 2004년 6월, 이서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해 화순군에 등록했다. 군비와 국비 등 약간의 운영비를 보조받아 비상근 선생님 두 분이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매주 금요일까지는 방과 후 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문화답사 등 체험학습을 한다. 주일에는 오전에 예배를 본 뒤 오후에는 김 목사의 지도아래 악기를 배운다.

▲ 김 목사의 부인인 성은정씨가 전자 오르간 반주를 하고 있다.
ⓒ 최연종
학생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밤 9시가 넘어서야 김 목사가 운행하는 차량을 이용, 집으로 돌아간다. 김 목사는 초중고등학생 별로 하루에 3번씩 차량을 운행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방학 때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센터에서 공부를 한다.

"학생들 수준에 맞게 지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30여명의 학생들 식사를 마련하는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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