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 1일이었습니다. 모처럼 시댁의 2녀 2남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남편은 두 누나들과 형님에게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은빈이 엄마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를 드리기로 했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시누이들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이야기했고, 시숙 또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말고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뜻은 어느 때보다도 강경했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힘들게 고생해서 면허증을 취득한 만큼, 아버지 소유의 차를 가지고 싶고 운전하고 싶은 마음도 얼마나 강하겠느냐고. 그리고 이제까지 아버지께서 자식들에게 그 어떤 것이라도 요구해 본 적이 있더냐고. 자동차도 자식들에게 무조건 사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농사짓고 자식들이 준 용돈을 절약해서 300만원이나 모아서 사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냐구요.
그런데도 자식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도 아버지 나름의 삶이 있는데, 자식들이 나서서 안 된다고 한다면 아버지의 설 자리가 없다고. 막내인 자신에게 몇 번이고 진지하게 자동차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자기까지도 아버님께 안 된다고 거절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남편은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들이 당연히 자식 된 도리로 아버님께 자동차를 구입해 드려야 한다고, 돈이 없으면 자식들이 빚을 내서라도 사 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75세이라는 연세에도 무언가를 하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드디어 그 목표를 어렵게 이루었는데 그 성취감 또한 얼마나 크겠냐고, 자식들의 삶이 있듯이 아버님께도 아버님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아버님께 전화를 해서 자동차 구입은 절대로 안 된다고 이야기하겠다는 누나들에게 남편은 그러지 말라고 단단히 부탁을 했습니다. 결국 시누이들이나 시숙은 남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모두들 반대하고 원하지 않는데 아버님께 자동차를 장만해 드렸다고 누나들이나 형님에게 우리 미움 받은 것 아니야? "
남편은 단 한마디로 잘라 말합니다.
"그런 미움은 받아도 괜찮다."
결국 어제 우리 부부는 두 대의 자동차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중고자동차를 맞이했습니다.
제가 부담스러워 하는 남편의 구형 중형차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중고 자동차가 사무실 옆 주차장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손때가 묻은 흰색 소형차는 아버님께 전해 드리기 전에 몇 군데 손을 보기 위해서 카센터로 보내졌습니다.
일요일인 내일 오전이면, 우리 부부는 각각 차를 운전하고 남해 고속도로를 달려 시댁으로 갈 것입니다. 아버님과 마주 앉아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아버님께 저의 소형차 키를 전해 드리고, 운전을 하시면서 몇 가지 조심하셔야 할 이야기와 자칫 발생하기 쉬운 문제점도 진지하게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그동안 제가 운전하고 다니면서 비록 사소하게 몇 군데 긁힌 적이 있긴 하지만, 저를 도와 많은 일을 함께 했던 승용차가 이제는 아버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아버님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고, 아버님께서 길을 나설 때 편안하게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 주기를 항상 마음으로 빌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