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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동국대 이사회가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를 최종결정하자 동국대 학생 20여명이 총장실 앞에서 "직위해제 철회"를 외치고 있다.
8일 오전 동국대 이사회가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를 최종결정하자 동국대 학생 20여명이 총장실 앞에서 "직위해제 철회"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강정구 동국대 교수.
강정구 동국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과)가 직위해제됐다.

동국대는 8일 오전 동국대 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58조 2항)과 법인 정관(48조)에 의거해 강 교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총 13명의 이사 중 이사장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지난해 12월 26일 홍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들이 의결하고 이사회(이사장 현해)에 안건으로 올라간 뒤 한 달 보름여를 끌어왔다. 지난 1월 24일엔 강 교수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하려 했으나 정족수(7명)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가 무산된 바 있다.

강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기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공판을 진행 중이다.

교수직은 유지하지만 강의 배정 못 받아

동국대 측은 이날 강 교수 직위해제 결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비공개회의로 열렸기 때문에 결정 이유나 배경 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동국대 측은 강 교수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 직위해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김병호 대외협력처 홍보실 과장은 "이사회에서 강 교수를 직위해제하는 이유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회의 내용도 알 수 없고 더 이상 언급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했다.

이사회가 직위해제를 확정함에 따라 강 교수는 교수 직위는 유지하나 강의 배정과 연구비 지원은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법인정관 48조에 따라 강 교수는 봉급의 80%를 지급받고,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이후부터는 50%의 봉급을 받는다.

동국대는 그간 강 교수가 강의할 예정이던 학부 1학년 교양과목 '인권과 평화'를 제외하는 등 직위해제 수순을 밟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결정소식을 전해들은 강 교수는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재판에서 강 교수가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형사기소가 자동으로 해제되고, 직위해제 역시 철회된다. 그러나 강 교수는 "판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직위해제 철회가 단기간에 풀리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학생·교수단체·시민단체, 반발 거세질 듯

'강정구 교수 사건 해결을 위한 동국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24일 오전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동국대 본관 앞에서 직위해제 철회를 촉구하는 3천배를 올리고 있다.
'강정구 교수 사건 해결을 위한 동국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24일 오전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동국대 본관 앞에서 직위해제 철회를 촉구하는 3천배를 올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동국대의 강 교수 직위해제 결정에 대해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이사회가 끝난 직후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반대, 학문의 자유 쟁취를 위한 동국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직위해제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진입을 시도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도 그간 동국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 항의방문에 나서는 등 학교 측의 강 교수 직위해제 방침을 강하게 규탄해 왔다. 전국교수노조 측은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문화개혁시민연대, 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지난 1월 23일 동국대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연 바 있다.

도지호 (김천대 유아교육과) 전국교수노조 조직실장은 "분노를 넘어 절망과 허탈함을 느낀다"며 "기자회견, 항의방문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 직위해제 날... 동국대 잇따른 '폭력' 마찰
[현장] 보수단체-학생들, 교직원-학생들 물리적 충돌

▲ 8일 오전 강정구 교수의 징계여부를 결정할 이사회가 예정된 가운데 강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국대학교 대책위 학생들에게 '빨갱이들은 평양으로 가라'며 피켓을 부수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시민의신문 양계탁

8일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가 열린 동국대 본관 앞에서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전엔 보수단체와 학생들 사이에, 오후엔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던 것.

이날 오전 자유개척청년단,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학생 20여명은 오전 10시께 동국대 본관 앞에서 수십 미터를 사이에 두고 기자회견을 열다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학생들은 보수단체 측 회원들이 먼저 다가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관용 '강정구 교수 사건해결을 위한 동국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위원장은 "그들은 (우리가) 기자회견을 하는 날마다 찾아왔다"면서 "강 교수가 공판에 나서는 날에도 찾아와 마찰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 단체들은 언쟁을 유도했고 피켓까지 빼앗으려 했다"면서 "자제를 하지만 막무가내로 우리 기자회견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교직원 "공청회 열라"- 학생들 "직위해제 뒤 무슨 소용이냐"

강 교수 직위해제가 최종 발표된 뒤엔 본관 건물 안에서 학생과 교직원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앞서 보수단체와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학생들은 이날 오후 홍기삼 총장을 직접 방문하기 위해 본관 2층 총장실을 찾았다. 교직원들이 "총장은 지금 없다, 돌아가라"고 했으나 학생들은 "그럼 총장실 안에서 기다리겠다"며 총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잡고 밀치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성, 욕설이 오갔다.

교직원들은 "이런 방식은 안 된다"며 나무랐지만 학생들은 "직위해제는 합리적인 방식이냐"고 맞받아쳤다. 또 교직원들이 "강 교수 직위해제 사태에 대한 학내 공청회라도 열라"고 하자 학생들은 "직위해제 뒤 공청회를 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따졌다.

양측의 대치는 30여분간 계속됐고, 학생 측에서 몸싸움을 벌인 것을 먼저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교직원들은 "절차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절차를 어기려 한다"며 분을 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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