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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캐논과 함께 카메라 시장을 양분해왔던 니콘이 필름카메라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디지털 시장에 대한 '집중'을 위해서다. 즉, 현재 니콘사가 매출액의 95%이상이 디지털 카메라와 그에 관련된 액세서리(렌즈, 배터리 등)에서 나온다는 수치에 기인한 것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급격하게 보급되고 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2000년부터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최근 5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디지털 카메라의 기술발달과 시장의 확대가 50년간 필름카메라를 생산해온 거대 기업의 사업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니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은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가 됐다. TV(방송), 전화기, 카메라, 오디오 등 각종 전자제품을 필두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한 '디지털'이 세상을 덮어가는 사이 소위 '아날로그'로 통칭되는 각종 제품들은 '구닥다리'라는 인식이 늘어가고 있다. 가히 '아날로그'에 대한 '디지털'의 완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날로그 성공모드> 겉그림
ⓒ 순정아이북스
<아날로그 성공모드>. 자신의 이름 앞에 '최초' 라는 수식어를 줄줄이 달고 다녔던 MBC 앵커 김은혜 기자가 새로 출간한 책의 이름이다. 디지털이 '대세'인 요즘 시대. '아날로그'적 사고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수많은 책 중에서 내가 주저 없이 이 책을 뽑아들게 된 것은 아마도 2001년 책 저자와의 일방적인(?) 만남에 있을 것이다. 내가 대학 4학년이던 2001년, '방송론' 수업을 맡고 계셨던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중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여성 '최초' 경찰청 출입기자, '최초' 여기자 출신 앵커 등 '최초' 라는 수식어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김은혜 기자가 초청됐다. 당시 그녀는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었던 <뉴스데스크>앵커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었고, 워낙 유명한 앵커였기 때문에 2시간에 걸친 그녀의 강의는 무척 진지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는 기자 초년병 시절 새벽이슬을 맞으며 관할 경찰서 문을 박차고 들어갔던 경험담에서부터 굵직굵직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무척이나 우렁차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풀어냈다. 당시 그녀의 모습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입장인 내게는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디지털 시대의 필수요소 '아날로그'적 감성 장착

이번 책은 지난 2001년 발간됐던 그녀의 첫 번째 책 <나는 감동을 전하는 기자이고 싶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대부분 성공한 앵커들이 자신의 취재 경험담을 털어놓는 형식의 책을 발간해왔고, 그녀의 첫 번째 책 역시 그런 형식의 책이었다. 특강을 듣고 그날로 종로의 한 서점에 서서 책을 읽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여러 앵커들 기자들의 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특강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녀의 당당한 말투는 책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책 역시 '유학생활이후 그녀의 취재기를 정리하는 형식이겠지...'라며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아날로그 성공모드>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로 그녀의 생각과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꼽았다. 고화질 HD방송에서 양방향 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등 우리 생활 곳곳에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존재하지만 이런 기술 역시 인간적인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기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즉, 아날로그의 감성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칫 계산적으로 변하기 쉬운 디지털 시대에 '인간다움', '인간적인' 것을 무기로 세상을 조용히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아날로그의 힘'을 믿는 명제를 바탕으로 저자는 아날로그적 사고를 통한 성공의 방법론을 자신 있게 풀어나간다. 특히, 자신의 기자 생활을 2001년 미 스탠포드대 유학시절 이전과 이후로 나누면서 유학시절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시대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여러 인사 - 박경리, 박정자, 박경림, 임성훈, 강금실 등 - 들에 대한 짧은 소개 글을 싣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사실 기자는 저자가 소개한 사람들과 일면식도 없으니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의 서평을 준비하면서 나는 김은혜 기자의 이메일을 통해 짧은 인터뷰 요청을 시도했었다. 지난 2001년의 짧고 일방적인(나는 김은혜 기자를 알지만, 상대는 나를 모르는) 인연을 무기로 <오마이뉴스> 책동네의 신참이 감히 인터뷰를 요청했었다.

메일은 보낸 다음날로 수신확인이 되었건만 답장은 오지 않고, 하루하루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그래도 답장은 해줘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혼자 서운해 했다.

기자는 그 '외면'의 대가로 기사를 통해 확실한 복수의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유명인들이 펴낸 그저 그런 수기를 넘어선 확실한 목표가 있고 충분히 읽고 생각할 만한 책이었기에 그 어떤 '비판'의 글도 담을 수 없었다.

디지털 시대, 가슴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그녀를 만나보자.

아날로그 성공모드 - 느림의 성공법칙을 말하다

김은혜 지음, 순정아이북스(태경)(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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