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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모 정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몽골 기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몽골 기병은, 점령지를 남김없이 불사르고 피정복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잔혹한 정복자의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몽골 기병대가 모든 피정복민을 다 죽인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들, 예컨대 기술자나 청년 혹은 젊은 여자들은 죽이지 않고 살려 두었다.

아무튼 몽골 기병대가 지나간 지역에서는, 거주민은 물론 도시와 가축까지 모조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1207년 당시 금나라 치하에서 약 768만에 달하던 호구 수가, 몽골의 중국 침략 이후인 1230년대에는 100여 만 호(戶)로 급감했다고 한다.

1호에 3~6명의 식구가 있다고 가정하면, 대략 어느 정도로 인구가 감소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란의 와중에 국가가 인구나 호수(戶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으므로, 이 시기의 인구가 실제로는 100만 호 이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몽골 침략으로 중국 인구 급감

몽골 기병대가 그처럼 잔혹했던 이유에 관하여, '인근 도시에 공포심을 일으켜 자발적인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교수가 정리한 <몽고제국의 형성과 전개>라는 논문에 따르면, 이와 다른 흥미로운 요인들이 추가적으로 제시된다. 김 교수는 여러 외국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크게 4가지 정도의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이유는 바로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다. 잔혹한 학살은 인근 도시의 자발적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였다는 것이다.

둘째, 피정복지를 자신들이 직접 통치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전쟁은 기본적으로 토지와 인민을 쟁탈하기 위한 것이다. 통치권력의 지배 하에 있는 토지와 인민의 수를 늘림으로써 국고를 증대하는 데에 기본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몽골의 경우에는, 멀리 있는 피정복지를 직접 지배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소득의 원천'인 토지와 인민을 굳이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저항과 보복의 씨앗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타타르부를 정복한 뒤에 칭기즈칸은 '수레바퀴보다 키가 큰 사람'은 모조리 몰살했다고 한다. '수레바퀴보다 키가 큰 사람'들을 죽였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죽임을 당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저항세력의 재집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석되고 있다.

잔혹한 학살은 세계관 차이 때문?

그런데 넷째 이유가 상당히 흥미롭다. 몽골이 피정복민들을 잔혹하게 다룬 이유를 세계관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유목민들은 땅에 얽매여 사는 농경민들을 '풀을 뜯어 먹고 사는 가축' 정도로 천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명 살상에 대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은 오늘날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세계관 충돌에서도 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비단 문명권뿐만 아니라 개인 간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서로의 인생관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는 방랑자와 직장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의 농경민들은 북방의 유목민들을 천시했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몽골 유목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농경민들을 가축처럼 멸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농경민들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존재'라며 유목민들을 천시했지만, 유목민들은 '땅에 붙어서 자유도 모르고 가축처럼 사는 불쌍한 존재'라며 농경민들을 멸시했던 것이다.

몽골 기병대의 잔혹한 인명 살상은 바로 이 같은 인식상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 같다는 것이 일부 역사학자들의 견해다. 이러한 해석을 따르면, 몽골 기병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인명'을 살상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점은 오늘날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슬람권 국가들이나 북한을 대하는 시각은 마치 농경민이 유목민을 보는 시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벗어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단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몽골 기병대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미국인들이 천시하는 이슬람권이나 북한 역시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부시 정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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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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