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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삐뽀삐뽀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 그린비
아기를 낳고 난 후 가장 고생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나는 ‘모유 수유’를 최우선으로 꼽고 싶다. 친정 엄마께서 유방암으로 돌아가시자 암의 가족력에 대한 공포가 심했던 남편은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나도 모유 수유가 유방암 예방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모유 수유를 하기 위해서 엄마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쉽게 젖을 먹이는데 성공한 엄마들도 많겠지만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모유 수유에 실패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한쪽만 빨아서 3개월 만에 젖을 끊었다는 친구를 비롯하여 모유 수유에 대한 공포는 출산 전까지 나를 괴롭혔다.

아니나 다를까. 모유 수유를 하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오랜 기간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아빠를 닮아 먹성 좋은 아이가 꼬박꼬박 두 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으려고 하여 출산 후 지친 몸을 쉴 수조차 없었던 밤이 수없이 지나고…. 지금 6개월이 된 우리 아가는 젖만 먹으면 잠도 잘 자고 울지도 않는 착한 양이 되어 엄마를 편하게 해 준다.

책 <삐뽀삐뽀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는 모유 수유에 대한 임산부들의 공포와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 주는 책이다. 더불어 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들이 읽으면서 조언을 얻는 것도 좋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모유 수유와 관련한 문제들은 불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임신 기간 중에 살이 찌게 되는 이유는 바로 아이를 키우기 위한 젖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유를 먹이면 임신 중에 살쪘던 엄마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이는 엄마가 주는 영양분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특히 모유는 엄마의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면역 항체까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 주어 튼튼한 아이를 만들어 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감기에 걸린 엄마의 경우 더 부지런히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감기 바이러스는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옮겨간다고 한다. 그러면 그 바이러스를 퇴치할 면역 항체가 필요한데 아기 스스로 이것을 생성할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엄마가 젖을 주면서 항체를 넘겨주어야 아기는 감기에 안 걸릴 수 있다.

이처럼 엄마가 주는 최고의 선물인 모유를 먹이는 과정은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신생아의 경우 엄마가 수시로 젖을 물려야 그 양이 늘고 아가에게 필요한 모유가 충분히 공급된다. 산후조리를 한답시고 젖을 덜 물리며 분유를 먹이면 대부분 모유 수유에 실패하고 만다. 특히 생후 한 달간은 젖병을 물리면 안 된다. 엄마 젖과 우유병의 젖꼭지를 혼동하게 된 아가는 좀더 빨기 쉬운 우유병을 선택하여 먹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유축기를 이용한 수유 또한 좋지 못하다. 아기는 엄마 품에서 젖을 빨아야 정상적인 수유 리듬을 가질 수 있다. 모유 수유 초반에 유축기로 젖을 짜내면 젖양이 점차 줄어 나중에 분유에 의존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아기에게 자주 젖을 물리는 것만이 모유 수유 성공의 최고 비결이다.

우리 아가도 생후 3개월 정도까지는 수시로 젖을 찾고 밤에도 자주 깨어 엄마를 피곤하게 하는 말썽쟁이였다. 하지만 이제 6개월로 접어들면서 밤에는 젖을 물지 않고도 푹 자고 낮에는 3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으며 자기 리듬을 찾아 활동한다.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들이 이와 같은 리듬을 얻기 위해서 엄마와 아가는 부단히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 같다.

비록 힘이 좀 들더라도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좋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일. 이전에는 소아과에서 별로 신경도 안 쓰던 이 일이 소아과 선생님들의 주된 업무가 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나 보다. 책의 저자들도 모유의 좋은 점을 강조하며 올바른 수유 방법을 조목조목 나열한다.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은 금해야 할 음식도 많다. 커피나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정도면 족하다. 술을 마신 경우에는 마시고 나서 두 시간이 지나고 수유하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많이 마신 엄마의 젖을 먹는 아이는 잠을 잘 못 자고 보챈다고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의 엄마는 생우유나 견과류를 피하여 먹어야 한다.

비록 엄마가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닌가. 다른 일에 대해서는 엄청 신경 쓰면서 지금까지 모유 수유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 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모유의 좋은 점이 많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 낳을 계획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유 수유에 관한 책 한 권쯤은 필수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막상 아무런 지식 없이 수유를 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어려움이 있을 때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분유’라는 달콤한 유혹까지 있으니 그것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모유 수유를 간과하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모유는 엄마가 아가에게 줄 수 있는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선물이라고. 사랑하는 우리 아가의 건강을 지켜주는 첫걸음인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일 것이다.

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 개정 5판

정유미.하정훈 지음, 유니책방(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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