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와 삼성광주전자의 마찰이 확산될 조짐이다. 화물연대는 "사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 자본을 상대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화물연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공단내 삼성광주전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일 오전 화물연대 전 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투쟁계획을 최종 확정해 즉각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화물연대 위원장은 "비상총회에서 총파업 등 가능한 모든 투쟁계획을 조합원들에게 상정할 것"이라며 "조합원들 사이에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돼 있어 지도부의 투쟁계획을 승인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지텍 하청사 극동컨테이너의 51명 계약해지가 발단
화물연대가 투쟁에 나서게 된 발단은 광주삼성전자 물류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극동컨테이너가 화물연대 극동분회와 협상을 벌이던 중 지난 7일 51명의 조합원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다. 극동컨테이너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운송회사 삼성전자로지텍의 하청업체다.
화물연대 극동분회 등은 "극동 측이 노조와 운송료 인상 등을 두고 협상을 벌어오다가 7일 새벽 갑자기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삼성로지텍과 삼성전자 지시에 의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화물연대 극동분회가 요구하고 있는 '운송료 현실적 인상' 등도 하청업체인 극동측이 아닌 삼성로지텍과 삼성광주전자 측이 나서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극동과의 협상 과정에서 '화물연대-삼성로지텍-극동' 3자의 연서 계약으로 고용을 보장할 것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극동분회 한 관계자는 "운송 노동자들은 삼성전자가 건교부에 신고한 운송요율의 55%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적자운행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나머지 45%는 삼성로지텍과 극동 측이 관리비 등 명목으로 떼어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동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최소한 85% 수준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운송료 인상과 단체 협상 등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당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화물연대 극동분회 소속 조합원 51명이 계약해지를 당하자 화물연대 광주지부 등은 삼성광주전자 정문 등에서 대규모 차량시위와 집회를 열어왔다. 이 과정에서 극동분회장 등 2명이 구속됐고, 법원은 극동분회 조합원과 광주지부 일부 간부들에 대한 삼성광주전자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화물연대는 지난 18일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를 여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종인 화물연대 위원장은 "운송료 현실화, 해고 노동자의 복직 등을 위해 삼성자본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해야 한다"며 "이번이 이후 화물연대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광주에서 비상총회
이에 대해 극동 측은 "운송료 인상 등에 대해서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입차주들은 단순한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인데 어떻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냐"는 입장이다.
극동 측 한 관계자는 "차주들이 원한다면 지금도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다"며 "계약연장에 대한 협의를 충분히 해왔지만 단체협약 체결 문제로 의견을 좁히지 못해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해지한 것이다, 일방적 계약해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삼성광주전자 측은 "화물연대는 단체협상 체결 당사자로 인정될 수 없고 제3자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물류 운송계약은 극동과 차주와의 관계이지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다. 화물연대가 개입되면서 사태가 확산돼 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고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이 화물연대와 극동, 삼성광주전자 등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이를 둘러싼 마찰은 심화될 조짐이다. 화물연대는 오는 26일 오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차량을 광주로 집결시킨 후 투쟁 전야제를 열고, 27일 오전 비상총회에서 대 삼성 투쟁계획을 확정하는대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