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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한국영화 <접속>이나 미국영화 < You've got mail >(유브갓메일) 속 여주인공 전도연과 멕 라이언처럼 설레임을 안고 반색하며 반겼던 소리가 있었다. 바로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짧지만 상큼한 느낌의 발신음이었다.

그 당시 그 메시지를 받는 형태가 삐삐나 휴대폰이든, 메시지의 발신자가 친구가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지간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그 문자가 전혀 모르는 이에게서 온 메시지면 어쩌겠는가?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신기했던 세상, 다다익선이라고, 메시지 수가 받는 사람의 인기도를 알려주는 척도일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호감형 메시지, 비호감형 메시지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휴대폰의 보급으로 별의별 종류의 문자메시지가 넘쳐나다 보니 그제나 지금이나 문자메시지임에는 별 다를 바 없지만 처음처럼 메시지 알림 소리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지는 광고성 메시지들이 증가하자 받는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호감형과 비호감형으로 분리되어 그 대접이 달라진 것이다.

호감형과 비호감형을 구분짓는 것은 순전히 수신자 개인의 주관적인 성향이지만 보통 반가운 이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는 호감형 메시지, 불순한 목적(?)을 띠고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광고성 메시지나 고객 관리 차원의 기계적이거나 상업적인 안부메시지는 주로 비호감형 메시지이다.

비호감형 메시지에는 일정한 특성이 있다. 내 말만 일방적으로 떠든다는 것과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 남이야 지우건 말건 질보다 양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받는 이의 입장에서 이런 저런 형식의 비호감형 메시지는 확인조차 없이 삭제해버리거나 그도 귀찮으면 확인없이 구석에 처박아둔다. 그렇지만 문제는 비호감형 메시지의 대부분이 밟아도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잡초 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TV쇼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 연예인처럼 대놓고 "넌 비호감이야"라고 소리쳐 봤자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돌진해오니, 그만 순하디 순한 호감형 메시지가 드세디 드센 비호감형 메시지의 물량공세에 끼여 질식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난데 없이 새벽에 울린 문자메시지

최근의 일이다. 조용한 새벽 난데없이 메시지 알림 음이 연달아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범인은 바로 사내 노조위원장으로 입후보한 입후보자들의 지지요청 메시지 수신음이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문자 메시지라도 너무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입후보자의 입장에서야 메시지를 몇 회 보내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지만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이 똑같은 대상에게 일제히 보내는 몇 회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이고 연속적인 공격으로 보일 만큼 심각했다. 게다가 선거가 과열되면서 자신의 소신보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 내지는 변명으로 뒤범벅된 메시지가 점점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문제였을까?

결국 나는 선거가 끝날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메시지 신호음 소리를 없애버린 채 방치해두었다가 한꺼번에 삭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보니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소리에서 해방되어 속은 편해졌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방치한 문자메시지로 인해 메시지함 보관용량에 부하가 걸리자 정작 받아야 할 메시지들이 수신되지 못해 떠돌다가 문자메시지가 삭제된 이후 뒤늦게야 받게 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임 알림 메시지나 시간약속 메시지의 경우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나 알게 될 정도이니 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무 연락 없는 나에게 '씹혔다'고 오해할 소지가 충분했다.

결국 선거는 끝났고 문자메시지 수신함은 다시 평화를 찾았지만 제 때 받지 못한 메시지의 무응답으로 인한 상대방의 오해는 수습하기가 난감할 뿐이다.

일방적 문자메시지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센스 필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별 의미없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렇지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한 번이라도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문자 메시지가 전화와 달리 상대방의 반응을 살필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더욱더 일방형 의사 전달 형태로 굳어지다 보니 발송하는 내 자신의 마음만 중요할 뿐 상대방의 감정은 그다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에 나날이 쌓이는 건 호감형 메시지가 아닌 비호감형 메시지들이다.

조금 있으면 지방 선거가 다가온다. 선거유세기간일수록 자신들의 인적 커뮤니티를 동원한 유세형 문자메시지도 증가하리라 본다. 그 문자 메시지들이 비호감형으로 선거에 역효과를 주느냐 아니면 호감형 메시지로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것인가의 키워드는 바로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더라도 한 번쯤 그 문자메시지를 받을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태를 잘 살펴서 보내는 센스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문득 누구에겐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진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담아 보내는 문자 메시지인 만큼 상대방의 마음 속에 호감형 메시지일거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인간의 디지털분투기60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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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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