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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는 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봉산에 공동묘지가 있는데요. 이 묘지로 난 사잇길은 제가 자주 산책하는 길입니다. 이 길가 무덤 앞에는 할미꽃 두 송이가 있습니다. 묘지 여기 저기 아무리 살펴봐도 딱 이 곳에만 할미꽃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묘지에 사연이 있는 사람이 여기에 할미꽃을 심어놓은 듯합니다.
딱, 두 송이 할미꽃은 꼭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하얀 백발을 날리며 봄날에 외출하는 모습입니다. 구부러진 모습하며 하얀 털로 덮인 줄기와 잎이 어쩌면 그렇게 딱 '할미꽃'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지. 할미꽃과 할미꽃의 생김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맞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딱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할미꽃에는 사실 이 모습 말고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할미꽃 뿌리의 쓰임새입니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듯이 할미꽃의 진면목도 뿌리를 알아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할미꽃의 뿌리는 약초로도 쓰고 독약으로도 사용합니다. 즉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하는 양면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방에서는 두통이 있거나 몸이 부을 때 할미꽃 뿌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할미꽃 뿌리를 진하게 먹으면 독약이 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임금에게 내리는 사약을 할미꽃으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꼭 우리 인생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도 있고, 타인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어쩌면 할미꽃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온 현명한 할머니의 지혜를 할미꽃을 통해 배우라는 뜻에서 붙여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엔 원예용으로 산채를 많이 해서 산에 할미꽃 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시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할미꽃 화분을 파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시장에서 상품으로 할미꽃이 팔리기 시작하니 산과 들에 핀 할미꽃도 돈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야! 저거 캐다가 집에 심으면 2천원 버네."
뭐 이런 생각을 하고서 캐가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는 행위를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모든 것이 상품이 되면서 생긴 일입니다. 돈도 잘 쓰면 약이지만 잘 못쓰면 독이고, 돈 버는 방법도 개처럼 벌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묘지 앞 두 송이 할미꽃은 아마도 이번주 중에 활짝 피어날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인 모습이 태양을 향해 고개 숙이고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봄날 따스하고 평화로우며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묘지 앞에서 합장하고 돌아옵니다.
덧붙이는 글 | 요즘엔 할미꽃 뿌리는 친환경시대를 맞이하여 또 한번 변신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친환경 농업 자재로써의 역할입니다. 할미꽃 뿌리를 알콜로 축출하여 친환경 농업에서는 천연살충제의 자재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