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늘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것 같습니다. ⓒ 조태용
구례에는 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봉산에 공동묘지가 있는데요. 이 묘지로 난 사잇길은 제가 자주 산책하는 길입니다. 이 길가 무덤 앞에는 할미꽃 두 송이가 있습니다. 묘지 여기 저기 아무리 살펴봐도 딱 이 곳에만 할미꽃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묘지에 사연이 있는 사람이 여기에 할미꽃을 심어놓은 듯합니다.

딱, 두 송이 할미꽃은 꼭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하얀 백발을 날리며 봄날에 외출하는 모습입니다. 구부러진 모습하며 하얀 털로 덮인 줄기와 잎이 어쩌면 그렇게 딱 '할미꽃'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지. 할미꽃과 할미꽃의 생김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맞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딱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할미꽃에는 사실 이 모습 말고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흰머리털이 가득해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일까요?
흰머리털이 가득해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일까요? ⓒ 조태용
그것은 바로 할미꽃 뿌리의 쓰임새입니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듯이 할미꽃의 진면목도 뿌리를 알아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할미꽃의 뿌리는 약초로도 쓰고 독약으로도 사용합니다. 즉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하는 양면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방에서는 두통이 있거나 몸이 부을 때 할미꽃 뿌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할미꽃 뿌리를 진하게 먹으면 독약이 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임금에게 내리는 사약을 할미꽃으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꼭 우리 인생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도 있고, 타인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어쩌면 할미꽃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온 현명한 할머니의 지혜를 할미꽃을 통해 배우라는 뜻에서 붙여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미꽃은 2-3일 이내에 활짝 피어 날 것 같습니다.
할미꽃은 2-3일 이내에 활짝 피어 날 것 같습니다. ⓒ 조태용
요즘엔 원예용으로 산채를 많이 해서 산에 할미꽃 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시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할미꽃 화분을 파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시장에서 상품으로 할미꽃이 팔리기 시작하니 산과 들에 핀 할미꽃도 돈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야! 저거 캐다가 집에 심으면 2천원 버네."

뭐 이런 생각을 하고서 캐가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는 행위를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모든 것이 상품이 되면서 생긴 일입니다. 돈도 잘 쓰면 약이지만 잘 못쓰면 독이고, 돈 버는 방법도 개처럼 벌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묘지 앞 두 송이 할미꽃은 아마도 이번주 중에 활짝 피어날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인 모습이 태양을 향해 고개 숙이고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봄날 따스하고 평화로우며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묘지 앞에서 합장하고 돌아옵니다.

덧붙이는 글 | 요즘엔 할미꽃 뿌리는 친환경시대를 맞이하여 또 한번 변신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친환경 농업 자재로써의 역할입니다. 할미꽃 뿌리를 알콜로 축출하여 친환경 농업에서는 천연살충제의 자재로 사용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