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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겨드랑이에 튜브를 꽂은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은영이.
머리와 겨드랑이에 튜브를 꽂은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은영이. ⓒ 엄선주
회상하는 그의 목이 메어온다. 이내 사진을 건넨다. 은영이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부터 나왔다. 주먹만한 작은 머리에 꽂아놓은 호스, 불룩 솟은 배, 혀를 쭉 내민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얼굴, 먹지 못하는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겨드랑이에 꽂혀 있는 튜브.

은영이는 생후 100일이 지났지만 평균 체중의 절반도 못 미치는 3kg의 작은 체구로 전주예수병원을 거쳐 현재 서울삼성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은영이는 태어나자마자 청색증을 보였으며, 생후 7일에는 위장의 구멍을 메우는 수술을 했다.

이뿐 아니라 갑상선기능저하증, 수두증, 합지증 등 복합증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먹기만 하면 염증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설사를 하는 영아난치성설사증. 때문에 은영이는 먹지도 못하고 배설도 원활하지 못해 수액과 관장으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상태다.

더욱 가슴 아픈 건 이 모든 병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여러 가지 검사를 받기에 은영이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몸무게가 늘면 차근차근 진단을 받고 그에 알맞은 수술과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그 전에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겨야만 한다.

첫아이 잃고 마흔 넘어 어렵게 얻은 은영이

누구에게나 자식은 특별하지만 박병준, 전배언(34) 부부에게 은영이는 정말이지 특별한 아기다. 첫 아이를 조산 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마흔이 넘어 얻은 아기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은영이 아빠 미니인터뷰

이해석 목사(희귀·난치성 질환자 후원회장)는 은영이 아빠 박병준씨를 '참 특별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은영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병원비를 보태주려 하자 "환경미화원 월급으로 모아놓은 돈도 조금 있고 그걸로 모자라면 거주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을 빼면 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

박씨는 "하루 이틀에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니고 모시고 있는 노모도 있으니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도 미덕"이라는 이 목사의 조언에 마음을 바꿔 인터뷰에 응했다.

"평생 조금씩 갚으며 살아야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혼자 읊조리듯 나직한 그의 마지막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돈다. / 엄선주
생후 은영이의 여러 합병증을 안 후 첫아기처럼 잘못 될까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는 부부에게 이제 은영이는 삶의 기쁨이자 이유가 되었다. 입으로 먹지 못하지만 배가 고플 때면 손가락을 빨기도 하며, 엄마 아빠를 보면 해맑은 웃음을 짓는 은영이다. 오른 손가락 세 개, 왼손가락 두 개가 붙은 비정상의 손가락도 이들 부부에게는 귀엽기만 하다.

“은영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만약에 데려가신다고 해도 할 수 없지요. 하지만 만약에 제게 주신다면 하나님의 자녀로서 합당하게 자라도록 키우렵니다.”

담담하지만 절실함이 배어 있는 기도 덕분인지 고맙게도 은영이는 생명의 끈을 꼭 잡고 있다. 아버지 박씨는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느낄 때마다 ‘이렇게 고마운 손길이 있으니 은영이는 반드시 살 것이다’는 희망이 솟는다”고 말한다.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은영이가 살아내는 힘이며 희망이라고 그는 굳게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와 익산내일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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