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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 하나는 똑부러진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장태민 임현희 이영주 강보람
정치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 하나는 똑부러진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장태민 임현희 이영주 강보람 ⓒ 송선영
- (아침에 버스정류장에서 받은 모 당 예비후보의 명함을 보여주며)이런 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영주 : '아~ 뭐 하나보다' 단지 이 정도?
현희 : 경력을 보면 자기 자랑만 하는 거 같아.
태민 : 대선 때는 모든 후보를 알긴 하지만 지방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잘 몰라.

- 그럼 그 후보들을 알기 위해서 네 스스로가 노력할 의향은 있고?
태민 : 아니. 솔직히 노력할 필요를 못 느끼겠어. 그들이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있을 거야.(모두 웃음)
현희 : 우리가 적극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이유에는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게 없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정말 후보들이 공약을 잘 실천할지 그것도 의심 돼.
영주 : 나는 뽑힌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 관심이 없어.
태민 : 지금 정치인들 보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TV를 통해서 보면 누구와 누가 싸웠다, 비리 저질렀다 이런 얘기들만 가득하고.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나는 분명 똑똑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거야. 친구 아버지랑 이름이 똑같은 한 군의원 이름만 알아.(모두 웃음)
영주 : 뉴스에서 떠들어대잖아. 그런 거 보면서 저 사람은 저런가보다 이 사람은 이런가보다 하는 정도지 뭐. 근데 뉴스도 잘 안 봐.
태민 : 재미도 없어.

-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듯 좋아하는 정치인도 없어?
일동 : 없어.
보람 :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서 하도 많이 뭐라고 하니까 불쌍해.
현희 : '참여정부'라는 이름 안에서 이것저것 변화를 시도하는데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시각이 그렇게 몰아가는 거 같아.
태민 : 경제문제 때문에 그런 거 같아. 경제가 어렵다고 하잖아. 솔직히 우리는 직접적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부모님들은 실질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느끼니까.
현희 : 어른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 같아.

-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이미지는 어때?
보람 : 그냥 둘 다 관심이 없어. 우리에게 이득되는 것이 없잖아. 아직까지 신경 쓸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 친구 오늘 선거 홍보 팸플릿 아르바이트 했는데 10분에 2만원 받았대. 내가 할 걸 그랬나?(웃음)
현희 : 지방선거 유급제의 영향이 큰 것 같아. 아무나 다 나오려고 하는 거 같아. 자격에 문제 있는 사람이 나온다는 말도 많더라고.

- 왜 이렇게 정치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걸까?
보람 :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과 결과가 안 좋았잖아. 국회에서 몸싸움하고 서로 욕하고 그러면서 뒤 돌아서면 서로 친한 척하는 그런 모습.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인간 맞아?' 소리를 할 정도야. 근데 5월 31일이 지방선거 하는 날이라고? 몰랐네.

- 그럼 각자 지지하는 정당은?
일동: (단호하게) 없어.
현희 : 지역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은근히 지역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아. 내 고향이 전라도니까 무의식중에 전라도식 성향에 물든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한나라당보다도 예전에는 민주당,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조금 더 나은 것 같기도 해. 근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닌 것 같아. 정당싸움만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그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 짜증나잖아. 황제골프니 황제테니스 하면서 서로 헐뜯는 거 말야.

- 이번에 투표에 참여할 거야?
영주 : 난 '처음'이라는 걸 참 중요시 하거든. 처음이 주는 것에 의미를 둬서 투표에 참여할 거야.
보람 : 나는 놀러 갈 건데.
현희 :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되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집까지 갔다 오는 데 거의 왕복 반나절이 걸리는 데 그런 걸 감수하면서까지 투표할 마음은 없어.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할 만 19세 대학생 네 명이 모여 '정치'를 얘기하다.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할 만 19세 대학생 네 명이 모여 '정치'를 얘기하다. ⓒ 송선영
- 정치교과서에서 말하는 그런 이론적인 의미 말고 우리들이 진정 느끼는 선거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람: 다른 사람 혹은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내 자신이 신중히 결정한 후 표를 행사하는 것이겠지.
영주 : 사전적 의미 말고는 생각해 본적 없어.
현희: 보람이 의견에 동감해.

- 이번 선거 혹은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는 뭐가 있을까?
영주: 정직하게만 했으면 좋겠어. 나는 정직하게만 한다면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고 보거든. 요즘 중학생, 고등학생 놀 곳이 없다고 하잖아. 학생들 놀거나 공부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
현희 : 제대로 된 지역 분권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중앙과 지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지역 분권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어.
보람 : 나도 동감해.

- 마지막으로 잠깐이나마 이야기에 참여한 소감이 어때?
영주 : 긴장했었는데 많이 재미있었어.
보람 : 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
현희 : 나도 긴장했었는데 정치가 보기보다 어려운 건 아닌 것 같아. 물론 수업시간에는 이런 토론의 자리가 있었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라서, 좋았어.

1시간 30분 동안 쏟아지던 무수한 이야기들. 말주변이 없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못할 것 같다는 우려와는 달리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또래는 진정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쏟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고나 할까.

토크를 마치고 "정치는 사회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고 그 목적은 오직 민(民)을 위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한 마디가 자꾸 떠올랐다. 깨끗한 선거와 국민을 위한 정치. 이것은 정치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날 모인 네 명의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가장 큰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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