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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개최하는 시.도별 지역 축제의 합계.
2006년에 개최하는 시.도별 지역 축제의 합계. ⓒ 문화관광부
지역 축제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먼저 지역 축제를 바라보는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시각을 들여다보자. 이들의 관점은 거칠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관광 산업적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지역 축제는 외지인의 즐거운 볼거리(이벤트)를 위한 ‘문화적 관광 상품’으로 인식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특산물축제에서 문화예술축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 축제는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주요 목적이다.

다음으로 지역 축제는 전통 문화를 복원하고 대동 한마당의 고유한 원형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전통문화축제가 이에 해당되며 주로 민속학계에서 이 주장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수많은 지역 축제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서양식 축제의 무분별한 수입을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공연예술축제와 같이 특정 예술 장르의 작품을 모아 치르는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이다. 여기에서 축제는 개별 공연과 작품들의 창조 역량을 총합한 것이다. 때문에 지역성보다는 문화·예술적 정체성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시각은 지역 축제의 세부적인 갈래(특산물·특성화축제/전통문화축제/공연예술축제)에 따른 입장 차이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채울 시민들에게 축제란 과연 무엇인가?
이 공간을 채울 시민들에게 축제란 과연 무엇인가? ⓒ 권오성
하지만 지역 축제와 관련된 이들 논의가 공히 자기 분야 관심사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사고하는 데 비해, 정작 축제를 수용하는 시민(지역민, 방문객)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사려 깊지 못하다.

좀 지나치게 표현하자면, 지역 주민을 각종 행사를 위한 동원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며, 방문객은 축제의 성과를 따지기 위한 관광학적 통계의 머리수에 불과하다. 모두가 축제의 실질적인 주체와 주인이 시민이라고 떠들지만, 정작 축제 현장에는 대상화된 익명의 숫자만이 존재한다.

지역 축제의 보편적 가치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축제를 개별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전문가적 접근 방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세상의 모든 축제가 공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목표와 과제를 둘러싼 ‘통합적 사고’가, 수용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특정 축제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서 축제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통합적 사고’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내용은 축제의 특성과 기획자의 능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아래와 같은 지역 축제의 보편적 가치가 변하거나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 양질의 문화를 손쉽고 즐겁게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다.
▲ 문화와 예술을 현장에서 학습하고 창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 보통 사람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일탈을 꿈꾸는 환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 지역민은 축제에 직접 참여하면서 내부적인 화합을 꾀할 수 있다.
▲ 타 지역과 문화를 교류하면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된다.
▲ 지역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우기는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생명수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축제의 우기’ 동안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주변의 무수한 축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정말 제대로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범람하는 지역 축제, 어떻게 다가갈까?'라는 주제 아래,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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