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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만의 귀환...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6일만의 귀환...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벌려! 벌려!"... 8일 새벽 인천공항에서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300여명의 현대·기아차 그룹 직원들이 스크럼을 짜 정몽구 회장의 길을 내주었다.
"벌려! 벌려!"... 8일 새벽 인천공항에서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300여명의 현대·기아차 그룹 직원들이 스크럼을 짜 정몽구 회장의 길을 내주었다. ⓒ 연합뉴스 김주성
8일 새벽 인천공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새벽 2시께부터 인천공항에는 양복을 입은 현대기아차 임직원 30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출국' 의혹을 받았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입국 때문이었다.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정 회장은 한국을 떠난 지 6일만인 이날 새벽 4시58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발 대한항공 KE012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인천공항 B출구를 나온 정 회장의 표정에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정 회장은 공항 도착 직후 "물의를 일으켜 국민께 죄송하다"면서 "검찰 수사에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김재록씨와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는 "악수정도만 나눴을 뿐"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비자금 조성은?" - "모른다"

기자들 질문이 쏟아지고, 공항에 나온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정몽구는 약속을 지켜라, 협약서를 이행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당황한 그룹 임원들은 정 회장을 준비된 차로 이동시키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사진 기자들을 위해 포토라인에 잠시 멈추기로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정 회장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B출구에서 3번 게이트 쪽으로 스크럼을 짠 채 2~3줄로 겹겹이 서있던 현대기아차 직원 300여명은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크럼을 짠 직원들은 사진기자와 방송 카메라기자들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수행을 맡은 직원의 지시에 따라 정 회장이 준비된 차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수행을 맡는 직원은 정몽구 회장 5미터쯤 앞에서 스크럼을 짠 직원들에게 길을 넓히라며 "벌려, 벌려, 벌려"를 연발했다.

정 회장은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랐지만, 사진을 찍지 못한 기자들은 차를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경호를 맡은 직원과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사진기가 파손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한 사진기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 귀국 때는 이렇게 무질서하고 난장판은 아니었다"며 불만을 나타났다.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연합뉴스 진성철
100여명의 취재진을 따돌린 정 회장 일행은 150미터쯤 이동한 뒤 대기중이던 또다른 차량(에쿠우스)에 올라 타 서울쪽으로 향했다.

이날 새벽 5시20분께 인천국제공항 B출구로 모습을 드러낸 정 회장이 40여m 앞 3번 게이트에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딱 2분이었다.

역할을 마친 현대·기아차 직원들은 자신들이 타고왔던 관광 버스를 타고 역시 인천공항을 빠져나갔다.

정 회장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밝혀 곧 수습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초 정 회장의 소환일을 "다음주 화요일(11일) 정도"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일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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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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