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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원한 맥주를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이 있습니다. 지금 맥주보리를 심은 농부들의 심정입니다.
우리나라에 맥주보리가 심어진 것은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1933년부터입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맥주보리는 이 땅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맥주보리의 특성상 따뜻한 기후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나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재배하기 어려워 맥주보리를 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맥주 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수확량이 3분 2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2005년 정부수매 1등급 기준으로 볼 때 겉보리가 40kg 3만860원, 맥주보리가 40k 3만9380원으로 겉보리보다 가격이 좋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맥주보리를 많이 심었습니다.
정부 수매, 맥주 제조업체의 반대로 2006년 전면 중지
그러나 2005년까지 행해졌던 정부 수매가 2006년 전면 중지되어 맥주보리를 심은 농가는 앞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맥주보리 수매가 중지된 이유는 더 이상 국내에서 우리 맥주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회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맥주보리의 특성상 일반인에게 판매가 불가능해 100% 정부 수매로 재배되었습니다. 즉 정부가 수매한 후, 맥주제조회사가 이것을 재구매해 맥주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농촌진흥청 맥류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2006년부터는 맥주 보리에 대한 수매계획이 전혀 없으며 현재 맥주보리를 심은 농가가 직접 판매해야 하는 실정인데 판매처가 거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일은 국내 대기업 맥주 회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산 맥주보리의 품질(맥주 보리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10% 이하여야 하는데 국내산 맥주보리의 경우 12% 정도라고 한다)과 가격(외국산의 3~4배)을 따져가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고 결국 정부가 농민을 저버리고, 기업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맥주보리의 수매가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합니다.
맥주는 소주와 함께 국민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땅에서 키운 맥주보리가 1%도 들어가지 않는, 수입산 맥주 보리로만 만든 맥주를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원유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우리가 정제했다고 해서 우리 석유라고 할 수 없듯이, 수입산 맥주보리를 들여와서 물을 넣고 가공했다고 하여 우리 맥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맥주보리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맥주의 혼이라 할 수 있는 맥주보리입니다. 깨끗한 물만 중요하다면 그것은 그냥 생수일 뿐입니다. 맥주 보리가 들어가야 물은 드디어 맥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맥주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맥주보리를 전량 수입맥주보리만 채운다면 그것은 국내산 맥주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맥주를 한 잔 마실 때마다, 거기에 맥주보리를 심어놓고 팔지 못해 시름하는 농부들의 한숨이 서려 있다면 그런 맥주를 어찌 마실 수 있겠습니까?
현재 농민들은 오랫동안 그래왔듯이 맥주보리를 땅에 심었고, 맥주보리는 2005년이나 2006년이나 쑥쑥 자라서 고개를 쳐들고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6월이 되면 맥주 보리가 수확됩니다. 그 맥주보리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한 가닥 희망은 맥주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수입맥주보리로만 만든 국내산 맥주를 보이콧 하는 방법입니다. 곧 있으면 월드컵인데 수입맥주보리만 들어 있는 우리 맥주를 마시면서 대한민국을 외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맥주보리는 지금 자라고 있고, 수확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국내 맥주 제조회사인 오비와 하이트가 국내산 맥주보리를 2005년도 기준으로 수매하여 당당하게 우리 맥주를 만들면 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우리 맥주보리가 단백질 함량이 많아서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농민들의 서러움이 담긴 수입맥주보다는 우리 맥주로 만든 진짜 우리 맥주를 국민들이 더 좋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맥주 제조회사 하이트와 오비는 농민들의 서러움과 눈물이 담긴 맥주를 국민들에게 판매하지 말고 농민들의 행복이 담긴 맥주를 제조해서 판매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맥주보리는 일반인 판매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푸른 맥주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