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산케이신문>의 조간 및 인터넷판은 기사 제목에서부터 한국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기사 제목이 "정부는 담담하게 대인의 대응"이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정부의 태도를 '대인'(大人)에 비유했는데, 이는 상대방인 한국을 은근히 '소인'에 비유하는 것이다.
제목과 달리, 기사 본문에서는 '대인'이란 표현이 반복되지 않았다. 본문에서 이를 사용하지 못한 것은, '일본정부는 대인이고 한국정부는 소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만한 뚜렷한 팩트(사실관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산케이신문>이 일본정부의 어떤 측면을 가리켜 대인이라고 했는지는 기사 본문의 문맥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제목에서 "정부는 담담하게 대인의 대응"이라고 했는데, 기사 본문에도 "정부는 담담하게"라고 시작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서, <산케이신문>이 가리키는 '대인'의 실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일본정부는 담담하게 해양법 조사의 준비를 진행하면서 국제법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본측의 정당성과 한국측의 부당성을 국제여론에 호소하며 견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이 국제법에 의거하여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의 대응을 '대인의 대응'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측의 정당성과 한국측의 부당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제목에서 말한 '대인'이란 것은 여기서 말한 '정당성'과 상응하는 것이다.
일본은 정당하고 한국은 부당하다?
그러나 법률에 호소하는 사람이라 하여 반드시 '대인'이라 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죄 없는 사람이 법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토지 사기꾼이 문서를 위조하여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양복 빼입은 사기꾼은 대인이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시골 사람은 소인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신문은 또 "정부수뇌는 20일 외무부에게 '미국정부에게 이번 해양조사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수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대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게 무슨 호소를?
한·일 양국 간에 발생한 문제를 두고 미국정부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려 하는 일본정부의 태도로부터, 미국 역시 한·일 간 분쟁과 무관치 않은 존재라는 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일한 기사에 소개된 니시오카 도쿄 기독교대 교수의 발언은 더욱 더 가관이다. "한국 보수층에 정중히 설명을"이란 소제목 하에 니시오카 교수는 한국 집권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니시오카 교수는 "노무현 정권을 지탱하는 한국의 편향된 매스컴이 텔레비전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국의 노무현 정권을 지탱하는 좌파진영으로는 안 되고, 보수층에게 '다케시마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정중하게 설명할 것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보수층과 연대하여 독도를?
니시오카 교수의 발언을 보면서, 과연 노무현 정권이 한국의 '편향된 매스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좌파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상당수의 진보적 언론들이 노무현 정권에게 실망하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의 보수층과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려 하는 상황에서 한국 보수층이 일본과 연대한다면, 이는 형법상 외환유치죄(제92조)나 여적죄(제93조)에 해당할 만한 범법행위다.
기왕에 그런 발언을 한 이상, 니시오카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일본과 공모하여 독도 침탈에 협력을 제공할 만한 한국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게 그런 허황된 기대감을 안겨준 한국인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그는 분명히 설명해 줘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간략히 소개된 바와 같이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매우 감정적이고 균형을 상실한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일본인들과 일본 언론이 기본적으로 한국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는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