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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을 찾는 많은 '유력 인사'들은 검정색 정장으로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든다.
축제장을 찾는 많은 '유력 인사'들은 검정색 정장으로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든다. ⓒ 권오성
물론 이러한 지적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현안들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이미 앞선 글에서 지적했듯이, 지역 축제의 문화사회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설사 있으나마나한 지역 축제를 아예 없애라고 하는 이들조차 그 가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지적일 뿐, 지역 축제의 소중한 순기능마저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동의 노력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은 '공동의 노력'으로 지역 축제를 개선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힘을 쏟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어렵사리 깔아놓은 '멍석'을 무작정 걷으라고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판'을 벌일 수 있도록 다 같이 애써보는 게 보다 생산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참견하고 때로는 직접 뛰어들어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먼저 축제의 개선에 힘을 써야 할 곳은 주최하는 쪽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축제의 역기능을 반복해서 양산하거나 그러한 문제의식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 이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들의 내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외부'로부터 시작하는 체계적 개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군분투하는 연행자만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는 너무 이상적인가!
고군분투하는 연행자만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는 너무 이상적인가! ⓒ 권오성
이와 연관한 방법은 많을 테지만, 몇 가지를 예시하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자.

학교 교육을 통한 참여 체계

우선 학교 교육을 통한 축제의 참여 체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체계적인 축제 교육은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의 문화기획자를 육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꾸준한 준비와 노력 속에서만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해하고(기획자 초청), 축제의 내용과 실행 현장을 확인하며(단체 관람 및 참여), 축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감상문, 공개 토의) 일련의 작업은 훌륭한 문화 교육이라 불릴 만하다.

반면에 요즘 부쩍 초중등학교를 중심으로 축제 참여에 적극적인 편인데, 글쓰기·그림대회 등의 '상투적인' 방법이 아니라, 축제의 특성에 맞게 학생들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훨씬 '축제적'인 방식에 가까울 것이다.

대개 초등학생들의 축제 참여는 너무도 형식적이고 상투적이다.
대개 초등학생들의 축제 참여는 너무도 형식적이고 상투적이다. ⓒ 권오성
시민 단체들의 참여와 평가

다른 예로는 시민·사회·문화 단체들의 축제 참여와 집단 평가를 들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일상 문화의 질적 변화'와 '지역 축제의 비판적 개입'이 그것이다. 전자가 풍요로운 문화적 삶을 향한 축제의 다각적인 활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면, 후자는 축제의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통과 감시의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수일간의 축제를 통해 잊지 못할 일탈의 경험을 했다손 치더라도 지역 문화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절반의 성공(실패)에 불과하다. 지역 축제는 그동안 꾸준히 가꾸고 쌓아온 지역의 문화가 분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내야 한다. 또한 역으로 행사를 위해 긴급하게 뚝딱 만들어지는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그 해 축제를 통해 문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상설 프로그램과 체계)을 주최 측은 물론 참여 단체들까지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시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란...?
시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란...? ⓒ 권오성
축제의 집단적 평가는 잘못을 꼬집어 비난하는 게 아니라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열린 작업이다. 또 한편으로 일방적인 한 쪽의 시각에서 축제를 평가하는 방식도 이젠 탈피할 때도 되었다. 보통 주최 측은 관광 산업과 관련한 축제 평가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문화나 주민 지향적 관점에서 하는 축제 평가 작업은 역시 지역의 민간단체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다. 다양하되 객관적인 평가 틀을 마련하고, 다른 축제와 비교·검토하는 작업은 쉽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요컨대 축제의 내용과 형식은 해당 지역을 지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참여할 때, 보다 풍부한 문화사회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 점을 꼭 염두에 두고서, 많은 분들이 축제에 대한 더 많은 '비판적 개입'을 다양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고민해 보길 빌어본다. 보다 더 나은 축제를 향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범람하는 지역 축제, 어떻게 다가갈까?'라는 주제 아래, 3번에 걸쳐 연재하는 마지막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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