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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밤 대검찰청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대자동차 살리기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직 시장도 상공회의소장도 이름모를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도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 상태로 봐선 현대차가 거의 빈사 상태인가 보다. 지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두 발벗고 나선 걸로 봐서 분명 위독하기는 한 모양이다.

지역의 언론도 연일 현대차를 살리자는 이들의 간절한 호소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자칫 이대로 현대차가 '죽는다면' 울산 전체가 초상집이 될 듯한 형국이다.

울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유야 무엇이든 '죽음'을 기뻐할 수야 없는 노릇이고 지역의 한다 하는 인사들이 '현대 상가의 상주'가 되는 꼴을 보는 것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플랜트 노동자 살리기'는 왜 안 했나

그러나 솔직하지 못한 기도는 효험이 없는가 보다.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구속될 위기에 처한 재벌 회장님 구하기'라고, 알아듣기 쉽게 캠페인을 벌였더라면 정 회장이 1.1평 독방에 들어간 미결수가 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민망했던지 '현대차 살리기'라고 통크게 얘기하는 바람에 사정 당국이 도통 알아듣질 못한 모양이다. 솔직한 성품이 아쉽다.

또 하나 그 분들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 포용력이다.

지난해 울산 지역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먹을 식당 한 칸, 휴식 공간 하나 지어 달라는 소박한 요구를 걸고 울산 시내를 휘젓고 다녔다. 44명이 법정에 섰고 전원이 실형을 받았다. 3천여명의 조합원이 고작 식당 한 칸 내놓으라고 파업을 벌였으니 벌을 받을 만도 하다.

그러나 그 때는 시장님, 상공회의소장님, 이름모를 시민단체, 언론 어느 누구도 '건설플랜트 노동자 살리기'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회장님을 가두지 말라고 하는 배포와 포용력이라면, 간이 화장실 마련을 위해 일손 며칠 놓았다고 감옥에 가야했던 노동자들을 충분히 품어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분명해졌다. 재벌 회장님은 수천억원을 횡령하고 배임해도 용서되어야 하고 용서해야 한다. 경제에 기여한 공로가 크고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그러나 망치들고 공장짓고 화장실 하나없이 일만 하는 노동자들은 내로라 하는 사람들의 '살리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

2006년 상고 출신 대통령 노무현이 집권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63일째인 지난해 5월 '플랜트노조 투쟁승리를 위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SK 정유탑(오른쪽)에 올라간 플랜트 노조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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