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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신원 에벤에셀에서 300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봉재일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신원 에벤에셀에서 300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봉재일을 하고 있다. ⓒ 한성희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요 며칠새 개성공단의 노동 조건 등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충돌했다. 오고간 표현도 상당히 격했다. 그러나 한미간의 이견이라는 해석은 표면적이다. 본질은 이제까지 금융제재 등으로 북한을 쥐어짰던(squeeze)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도 압박에 나선 것으로 봐야한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 인권특사는 지난 4월 28일(미국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모든 한국인에게 자유를'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개성 공단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는 등 노동 착취의 우려가 크며, 제대로 된 모니터링 없는 대북지원을 통해 일부 국가(즉 한국)가 김정일 정권 유지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한국의 대북 정책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 회사들은 노동 착취 기업이다. 더 나아가면 이런 '악덕 기업'들의 대미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까지 희망하는 한국 정부의 구상에 치명적이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지난 3월 30일 미 네오콘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조사·평가한 뒤 유엔에 보고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번 개성 공단 비판해왔다. 그의 발언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계획적이었다.

지난 4월 30일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당국자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기고문은 전체적으로 편파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정간섭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비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월 50달러는 공식환율로 계산해도 북한 돈 7500원이다. 이는 일반 노동자들의 3000원 안팎보다 훨씬 높다. 또 사회보험료 7.5달러를 포함하고 각종 수당을 합치면 월 57.5∼75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하노이의 최저 임금은 72달러와 55달러로 개성이 크게 낮은 수준도 아니라는 것이다.

레프코위츠, 부시 탈북자 만날 때 배석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난 2002년 탈북한 김한미양 가족뿐 아니라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의 모친 요코다 사키에씨를 면담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난 2002년 탈북한 김한미양 가족뿐 아니라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의 모친 요코다 사키에씨를 면담했다. ⓒ 백악관 홈페이지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내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인 레프코위츠 특사가 최근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워싱턴에서 설명회도 갖고 개성공단 현지에 미국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그에 초조감을 느끼고 그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경파인 레프코위츠 특사의 일련의 발언을 개인 플레이 정도로 치부하는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은 별 설득력이 없다. 그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허락 또는 최소한의 묵인없이 그같은 발언을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저널>에 레프코위츠 특사의 기고문이 실린 날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과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씨를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겨냥해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납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인권과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끝까지 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대표의 전언에 의하면 그가 "김정일은 기독교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사탄"이라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레프코위츠 특사도 함께 배석했다. 그리고 가토 료조 주미 일본 대사도 있었다. 일본은 역시 납북자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부시의 대(對)한국 압박정책 끝까지 견딜 것인가?

이 같은 일련의 흐름들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결코 '개인적 초조감'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자, 갈수록 중국에 밀착하는 북한을 견인해내는 중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런 것들이 없다면 쉽게 무너질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본다.

결국 미 행정부 핵심 관료의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개성 공단 비판은 결국 한국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생산품을 'Made in Korea'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현재로서는 실현되기 힘들다.

한국 정부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런데 유독 개성공단 문제에서만 미 행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과연 이런 자세를 끝까지 견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만 해도 처음에도 수용하지 않을 듯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28일 "올 2월 말 미국을 방문한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북한에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며 "만약 북한이 이 기간동안 열리는 6자 회담에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조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끝난 제 1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대량의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485명에 이르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한에 종용했다. 납북자 문제 해결 노력도 결국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와 간접적으로 맥이 닿아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 완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지속될 경우 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중국 빠진 대북제재는 효과 없어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만 몰아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설사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동조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빠진다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지난 4월 2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후진타오 주석은 "6자 회담 관련 당사국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1월 10일 한 강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를 끊는 것"이라며 "김정일은 중국을 믿고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미국 방문을 마친 뒤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데 이어 모로코·나이지리아·케냐 등을 연달아 방문했다. 모두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적대 정책을 펴고 있으며, 결국 에너지라는 수단을 동원해 목을 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기를 희망하는 것은 모순이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수록 김정일은 후진타오의 품에 안길 것이며, 중국은 자신들의 외곽 방어선인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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