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광주민중항쟁 사적지로 지정한 망월동 '5·18 구묘역' 관리가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5월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철조망을 지금껏 방치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이 철조망은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와 시립공원묘지 제3묘역(5·18구묘역)을 오가는 길목에 쳐져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04년 5·18신묘역과 구묘역 사이를 잇는 흙길을 포장하고 쉼터를 만들면서 사유지 421㎡(128평)를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했다. 이후 소유주와 시의 매입가 협의가 안 돼 결국 소유주가 지난 2004년 10월 '사유지'라는 팻말과 함께 철조망을 쳤다.
[철조망] 1년 내내 방치하다... 5월 되자 또 협의?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민주노총 전 광주전남본부장 윤영민씨가 '구묘역에 계신 오월 영령과 민족민주 영령께 머리숙여 사죄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묵언수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철조망을 하루빨리 걷어내자는 촉구이자 반성이었다.
이후 5·18기념재단 등 5월단체, 민주노동당 등이 사유지 매입을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강구했지만 2006년 5월 현재도 그 철조망을 그대로다. 다만 최근 광주시 5·18사적지보존심의위원회를 열어 5·18기념재단의 사적지 정비사업 예산으로 철조망을 그대로 둔 채 우회로를 낼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2일 우선 철조망을 걷어내고 이미 포장한 바닥길을 들어내기 위해 길바닥 아스팔트를 조각내 놓았다. 우회로 공사가 끝나면 철조망은 이전 모양대로 그대로 설치해 두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병윤(광주시당위원장) 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장 후보는 2일 "광주시는 소유주가 매입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달라고 한다고 말하지만 애초 잘못은 시가 한 것"이라며 "그냥 손만 놓고 있으면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당에서 5월에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광주시와의 협의를 통해 '우회로' 공사를 진행하려 했던 5·18기념재단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우회로는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이 계획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5·18기념재단 한 관계자는 "민중연대 측에서 문제제기가 있어 공사는 중단됐다"며 "올 5월에는 어쩔 수 없이 철조망을 그대로 두더라도 토지를 매입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 한 관계자는 "소유주가 높은 매입가를 요구해서 협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에 공론화가 된 적이 있는데 그대로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해결하려니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영정 사진] 1년도 안돼 떨어지고 빛바래고, 설명판까지 사라져
광주시의 5·18구묘역 관리 소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묘역 입구 한 켠에는 80년 5·18 당시 행방불명된 이들의 영정 사진을 걸어두고 이름 등을 기술해둔 곳이 있다. 이 공간 옆에는 '이 곳은 80년 당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행방불명되신 47인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 합시다'라는 안내판도 있다.
그러나 정작 관리는 하지 않아서 영정 사진이 아예 없어지거나 바래서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다. 또 이름 등이 적힌 설명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빛바랜 영정 사진만 덩그러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어 보기에도 흉하다.
또 현재 구묘역에는 5·18 당시 희생자 160여명의 가묘(94년 신묘역으로 이장)와 이철규·강경대 열사 등 민족민주열사 37여명이 안장돼 있다.
희생자들의 가묘 옆에는 표지석을 마련하고 그 위에 희생자의 '사진'을 붙였다. 지난해 5월을 앞두고 광주시 등이 구묘역을 정비하면서 조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들 역시 채 1년도 안돼 떨어졌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민중연대 한 관계자는 "신묘역이 생기면서 5.18항쟁의 상징적인 장소였고 90년대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이 모셔져 있는 구묘역에는 정작 관심이 없어진 것 같다"며 "그런 탓인지 관리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시가 사적지로 지정해 놓고도 방치한 것이 문제"라며 "더불어 5월 단체들도 더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구묘역에 늘상 펄럭이던 태극기(조기)도 어디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