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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인류여! 안심하십시오. 우리는 지구인들과 싸우거나 어떠한 이득을 취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온 것입니다.”

“이제 저희는 미국을 시작으로 1년간 세계 각국의 지도자, 과학자, 언론인들과 만나며 우호의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세계 전역에 있는 각기 다른 방송국들의 주파수에 맞추어 한국시각 2008년 1월3일 23시에 공표된 외계인들의 방문사가 공개되자 인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구밖에는 다른 생물이 존재할리 없다고 믿은 사람에서부터 외계인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적한 사람들까지 모두가 이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무한한 호기심을 주체 하지 못했다. 세계의 정치인들은 전혀 사전에 경고 없이 닥친 이 일에 대해 앞으로의 손익을 계산하느라 바빴고 세계의 주가는 외계인의 말 한마디에 의해 하늘 끝까지 치솟는 듯하다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기도 했다.

‘평화의 사자’
‘때가 되면 경제성 있는 기술을 공개할 지도’
‘인류는 항상 미래를 지향하라’
‘평화만이 이류 번영의 길’


젊은 인류학자인 남현수는 외계인에 대한 사진과 기사로 뒤덮여 있는 신문, 잡지와 자신의 서가에 잔뜩 쌓여있는 책들을 배경으로 신문기자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남현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중간화석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으로 내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인류학자였다. 외계인이 지구에 온지 11개월, 그들이 한국을 일주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순서가 다가오게 되었고 남현수는 외계인과의 대화에 학자로서 초빙 받게 되었다. ‘외계인에게 초청받은 사람들’이라는 기획기사를 쓰는 기자와의 인터뷰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가고 있었다.

“하하하...... 그 말씀은 좀 황당한데요. 외계인이 마치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집니다. 자, 질문의 방향을 바꾸겠습니다. 그러니까 인류와 비슷한 모습의 외계인은 수렴진화(전혀 다른 두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유사한 형질을 가지게 되는 것)의 결과라는 것이죠?”

기자의 말에 남현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습니다. 아직 해부학적으로 외계인들의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의 고향별은 지구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진화시켜왔으며 여기서 이족보행을 하며 양손이 자유롭고 두뇌를 발달시킨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그 말은 결국 인류라는 종은 진화의 최종산물이며 필연적인 존재라는 말입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오만일 분이지요. 사실 몇 가지 운과 우연이 인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인류와 비슷한 외계인의 모습이 수렴진화의 결과물이라면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남현수는 자신의 말을 이해 못하는 기자의 말이 답답한 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얕은 한숨을 지으며 웃었다.

“여러 번 얘기된 바지만 먼저 이 외계인의 사진을 봅시다.”

남현수가 펼친 주간지에는 외계인 ‘마르둑’의 전신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냥보기에 인간과 흡사한 모습이었지만 창백한 피부에 체모는 없었고 입술이 없는 입과 샛노란 눈동자, 뾰족한 귀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어깨의 위치와 손입니다.”

남현수는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어들고는 외계인 사진에서 어깨부위에 동그라미를 쳤다.

“비록 옷에 가려 있지만 TV로 보면 걸을 때 손을 움직이는 모양이 인간과 비교해 보았을 때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기자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는 인터뷰 대상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보지 못한 것을 봤다고 할 정도로 신출내기는 아니었다.

“인간의 팔은 동물의 앞다리에서 진화한 것이지요.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물고기의 지느러미까지 올라갑니다. 인간의 팔에서 손은 수많은 동물들이 그러하듯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갈라지게 되지요. 그런데 이 외계인은 4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어깨의 위치 또한 인간과는 틀립니다. 또한 걸을 때 보면 이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외계인의 손이 과거 조상의 앞다리가 아니라 다른 면에서 진화해 왔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금방 이해가 안 되는 말이 자꾸만 거듭되는 긴 인터뷰에 지쳤는지 기자는 시큰둥하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남현수는 탁자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끼고서는 허리를 굽혀 턱에 괴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외계인의 별에 있는 생물상을 파악해 보지 않는 한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지구의 생물군과는 전혀 다른 생물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부 종교집단에서 말하듯이 인류의 근원을 저 외계인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계인은 그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저들의 의심스러운 방문에 대해서는 고고학적 증거자료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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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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