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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연을 보며 즐거워 하는 어르신들
2부 공연을 보며 즐거워 하는 어르신들 ⓒ 김재경

부녀회원들이 미소로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
부녀회원들이 미소로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 ⓒ 김재경
"어이구 이렇게 좋을 수가...... 동네에서 잔치 해 주지. 자식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챙겨주지. 우리에겐 어버이날이 두 번인 셈이구먼. 더도 덜도 말고 맨 날 오늘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겠어"

안양시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웃어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을 계승 발전시키도록, 각 동별로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매년 잔치마당을 열고 있다.

노인들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큰 동네잔치를 하려면 얼마나 고생이 많겠어. 모두들 애썼어요."라며 안내하는 부녀회장이나 통장들의 등을 토닥였다. 경로잔치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어오른다.

5월 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명가 웨딩홀 뷔페에서 열린 '부흥동 어르신 큰 잔치' 모습이다. 어르신들은 행사 시작 전인 10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머니 저리로 가셔야해요"
"아녀 여기여"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98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70세 며느리의 가벼운 실랑이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600여 명의 어르신들로 넓은 행사장이 북적였지만 통장과 부녀회원의 안내로 질서가 유지되었다. 때로는 전동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에 불편한 몸을 의지한 채 절룩거리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까지 60여 가지의 풍성한 먹거리. 뷔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집게 보다는 손이 더 빨랐다. 스파게티는 면만 담고 소스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많은 인파에 부딪치자 한 할머니는 아예 접시를 머리에 이고 다녔다. 다수의 어르신들은 접시 가득 넘치도록 담은 음식이 떨어질까봐 한 손으로는 뚜껑처럼 덮어 나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벌써 팥죽이 떨어졌네”
"호박 죽 나왔어요."
끝없는 행렬이 지나가면 음식이 다시 나와도 순식간에 접시는 바닥을 드러냈다.

"음식은 충분하니까 골고루 드시고, 얼마든지 더 갖다 드세요" 안내원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질 뿐이다. 여전히 고기류를 넘치게 담는 모습에서 힘겹게 살아온 삶과 세월의 흔적을 엿보는 듯 했다.

고기류를 수북히 가져온 할아버지는 "맛있는데 이가 없어서..."라며 수북한 음식을 절반도 못 드셨다. 뷔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떠난 자리엔 먹고 남아야 미덕이었던 우리네 풍습처럼 많은 음식이 남아 있었다.

어르신들은 풍성하고 다양한 뷔페 음식을 들면서 삼삼오오 담소도 나누고, 무대에선 아파트 단지 별로 돌아가며 민요와 노래자랑으로 어우러져 어깨춤까지 들썩이며 신명이 올랐다.

박현서 벽산경로당 회장은 "이 자리를 마련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를 유쾌하게 잘 보내고 건강하게 살자"고 노인들에게 당부했다. 또 "우리도 사회에 필요한 곳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춘옥 부녀회장은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관악아파트 최봉서(94세)할아버지와 김복동(96세)할머니께 장수기념 선물을 증정했다. 관내에는 100세 어른신도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경로잔치에 참석하지 못함에 따라 두 어른에게 대상으로 상이 돌아갔다고 부녀회 측이 밝혔다.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 김재경

함께 늙어 가는 98세 시어머니와 70세 며느리.
함께 늙어 가는 98세 시어머니와 70세 며느리. ⓒ 김재경

장수노인에게 부녀회장이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장수노인에게 부녀회장이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 김재경

덧붙이는 글 | 우리안양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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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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