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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는 미·중·일·러 등 세계 4대 강국이 각축을 벌이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은 현재의 세계적 추세를 반영할 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동북아에서 수천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합니다. <오마이뉴스>가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사회적 흐름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브리핑을 마련했습니다. '동북아브리핑'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선뵐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토론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4일 오후 대추분교에 진입한 경찰이 2층에서 농성중인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강제연행하려하자 일부 대학생들이 창문틀을 잡고 저항하고 있다.
4일 오후 대추분교에 진입한 경찰이 2층에서 농성중인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강제연행하려하자 일부 대학생들이 창문틀을 잡고 저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일 대추분교에 경찰병력이 진입한 가운데 성직자들이 분교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대추분교에 경찰병력이 진입한 가운데 성직자들이 분교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주 평택에서는 미군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과 이를 진압하려는 군·경찰이 충돌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인원은 60명이다. 지난 1986년 건국대 사태, 1996년 한총련 사태 이후 최대의 공안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건국대 사태는 지난 1986년 10월 31일 발생했다. 당시 대학생 2000여명이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 결성식을 위해 건국대에 모였다.

전두환 군사 정권은 이 결성식을 알고 있었으나 막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그물 안에 물고기가 모이듯 운동권 학생들이 건국대에 들어차자 전경 8500여명을 동원해 검거에 나섰다. 이 때 학생 1289명이 구속됐다.

당시 대학 2학년이던 기자의 친구와 선후배 가운데서만 모두 7명이 잡혀갔다. 운동권 학생들이 너무 많이 잡혀가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군사 정권은 위협적이던 학생 운동권을 일망타진했다고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채 1년이 안된 1987년 6월, 이른바 6·10 민주화 항쟁으로 무너졌다.

1996년 8월 연세대학교에서는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이 1만여명이 주최한 '통일대축전 행사'를 열렸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이를 불허했다. 정부는 경찰 2만명과 헬리콥터 11대를 동원해 학생 5848명을 연행했고 이 가운데 438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은 다음해 초 아들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등이 드러나면서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1997년 말 외환위기까지 맞으면서 한국 현대 역사상 최악의 무능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건국대 사태나 한총련 사태의 공통점이 있다. 사건 당시 여론은 시위를 벌인 사람들에게 극히 불리했다. 모든 언론이 나서서 그들을 두들겼다.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은 정당한 것으로 보였다. 정부는 기고만장했고 이런 사건들이 실상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력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그것이 증명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경찰이 대추분교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 시위자를 코너로 몰아 방패로 내려찍고 있다.
경찰이 대추분교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 시위자를 코너로 몰아 방패로 내려찍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두환·김영삼과 닮은 노무현... 물리적 진압은 정치적 무능력의 표현

노무현 대통령은 7일 평택 시위와 관련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시위와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말은 전두환과 김영삼 전 대통령들이 했던 말과 비슷하다.

미 하와이대학 동서센터는 지난 3월 '급변하는 지형, 아시아에서의 미군주둔에 관한 국내정치학'(Shifting Terrain : The Domestic Politics of the U.S. Military Presence in Asia)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일본·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미군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나라들을 2년간 현장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요지는 이번 평택 사태와 관련해 대단히 시사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미군 주둔에 따른 각종 문제는 미 행정부와 해당국 정부와의 협상만으로 해결됐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 등 새로운 사회세력이 등장하고, 중앙 정부와 지방과의 관계가 변화했으며, 민주화의 진전 등으로 해당국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안보 이슈에 대한 해당국 내부에서의 광범위한 여론 지지가 없으면 미군 재배치의 목적을 추진해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 보고서는 "용산기지 평택 이전문제가 한미 정부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지 농민 및 사회운동가들의 반대시위에 직면했다"며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정치의 급변성을 감안하면 미군 재배치 계획과 한미동맹이 아주 쉽게 다시 2007년 대선의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해 언제든지 출동하기 쉽도록 오는 2008년까지 항구가 있는 평택과 공항이 있는 오산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 비용은 전액 한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100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게 국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주한미군 기지 이전을 위해 평택에서 수십년 동안 농사만 짓고 살아왔던 주민들을 한국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몰아내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외부 세력이 주민들을 꼬드겨 반미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시위에 대해 "외부 불순세력이 개입한 탓"이라고 비난하면서 폭력적 진압의 정당성을 찾으려 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똑같다.

청와대는 역사 청산 작업을 벌이면서 100년 친일파들의 행적까지 파고 있다. 그런 청와대가 불과 최근 20년 동안의 역사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역사 청산 작업에 얼마나 철학적 사고가 결여되어있는가를 증명한다.

부시에게 신임받는 레프코위츠... 그의 발언은 '단독플레이'가 아니다

지난 4월 28일 부시 미 대통령과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가 백악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부시 미 대통령과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가 백악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주한미대사관 제공
한편 지난주 주목해야 할 또다른 한 사건이 있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지난 4일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가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한국 언론에 배포한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달 28일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가족들을 만난 당일 이뤄진 두 사람의 면담을 백악관이 자체 기록한 것이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여러 번 한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 행정부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강경파인 레프코위츠 개인의 독선적 행동"이라는 식으로 폄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포된 백악관 사진은 레프코위츠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근 일련의 그의 행동은 결코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갈수록 곤혹스럽게 됐다.

미국은 5일 동남아에 체류하던 탈북자 6명을 받아들였다. 지난 2004년 미국이 북한 인권법을 제정한 뒤 탈북자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앞으로 미국이 탈북자를 대량으로 받아들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탈북자 대부분은 북한과 13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 있다. 탈북자들이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탈북자 수용은 북한 정권 붕괴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행에 선뜻 협조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단, 미국이 소수의 탈북자를 받아들인 것은 정치적 효과는 크다. 미국은 북한이 위조달러를 제조했다며 금융제재를 가했고 이는 큰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본다. 여기에 탈북자들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언제든지 내부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라고 계속 종용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 일부 탈북자 수용 등의 조치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때 "핵 폐기 전 경수로 제공 약속"을 요구하는 등 목을 뻣뻣하게 세우지 말고 고개를 푹 숙이거나 무릎꿇고 들어오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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