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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한미동맹은 당초 정부가 지향한다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구축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에 처해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미 동맹, 이제 득실 따지자'라는 제목의 특집 기획을 마련해 동북아에서 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한미동맹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미국의 일방주의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과연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할 만한 경제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편집자주>
'조중동'은 미·일동맹 재편을 계기로 한·미동맹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모습.
'조중동'은 미·일동맹 재편을 계기로 한·미동맹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무지의 산물인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가?

지난 1일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이 주일미군 재배치를 비롯한 미·일동맹 재편에 합의한 직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중동'은 일제히 부러움과 탄식을 쏟아냈다. 미·일동맹은 강화되고 있는데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논조다.

이런 조중동의 보도태도에서는 '미국을 향한 충성 경쟁에서 일본에게 쳐지면 안 된다'는 식민지 근성 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조중동의 이러한 여론몰이는 단순히 '숭미론'에 한정되지 않는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세력을 위험한 반미세력으로 고립시키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3일자 한·미동맹의 강화를 역설하는 사설에서 "대부분의 미군기지가 이전될 평택에선 반미 세력과 일부 주민의 극렬한 반대운동으로 이전 사업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평택을 겨냥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미·일동맹 재편 합의를 계기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운동이 한·미동맹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 일본보다 6배 가량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게다가 일본은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한 반면 한국은 철군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했지만 일본은 오키나와 미군 해병대 기지를 괌으로 이전하는데 드는 비용 59%만 부담한다.

또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사실상 전면 인정해 준 반면, 일본은 자마에 광역사령부(UEY)를 설치하고자 했던 미국의 요구와 절충해 거점사령부(UEX)로 한정시켰다.

당초 미국은 자마에 광역사령부를 설치해 동북아·동남아·중앙아시아·중동에 이르는 지역을 관할코자 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내용이 미일상호방위조약 상의 '극동조항'과 충돌한다며 난색을 표해 미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또 보수언론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마치 미국 군사력이 약화되는 것처럼 묘사해왔지만, 미국은 전례없는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한·미 양국은 경제동맹으로까지 나아가겠다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강화되고 있어서 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의 전략적 중심축을 '미일동맹'에 둬 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95년 당시 국방부 차관보였던 조셉 나이는 '동아시아 전략보고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패권국가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일동맹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 1기 때도 국방부 부장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맡은 바 있는 폴 월포위츠와 리처드 아미티지 등이 주축이 돼 2000년 10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미·일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이러한 흐름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동아시아 전략의 요체가 되어왔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근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대단히 전략적인 문제인 동맹관계를 감상적인 차원으로 환원시키면서, '한국이 미국을 섭섭하게 해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미·일동맹은 강화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을 중요한 동맹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것일까?

네오콘 득세, 미·일동맹의 강화는 필연적

무엇보다도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의 '전략적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한국보다는 일본이 더 넓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와 고이즈미 정부에서 '네오콘'이 득세해 대외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일 양국이 대체로 합의하고 공유하고 있는 전략적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북한 등 미국이 지목한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이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을 막고 인권문제를 빌미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시키고, 세째로 테러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와 대중국 봉쇄 전략을 미·일동맹 강화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미·일동맹은 미사일방어체제(MD)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면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군사적 통합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물론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향 역시 부시 행정부의 응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문제는 미·일간의 이와 같은 전략적 목표를 한국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혹은 납치 문제 등 인권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북한과의 정면 충돌까지 고려할 수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민족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우리로서는 절대로 고려할 수 없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무장 저지가 대북정책의 전략적 목표에 해당하지만 우리는 전쟁 방지가 더 큰 전략적 목표라는 것이다.

중국 봉쇄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미·일동맹은 중국을 21세기의 잠재적인 적으로 보면서 반(反)중국 동맹을 형성할 수 있지만 지리적 인접성과 경제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중국 봉쇄 전략에 참여하는 것은 21세기의 핵심적인 국익을 스스로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대만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고려해 기지를 제공하거나 군대를 투입하는 것은 불을 끈다며 몸에 기름을 붓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략적 목표에 대한 긴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로 보고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한, 한·미간 긴장은 필연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 발전에 사활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도, 중국을 적으로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 강화의 전제조건

4일 오전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인 경기도 평택 팽성읍 들판에 공병부대원들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4일 오전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인 경기도 평택 팽성읍 들판에 공병부대원들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 단순히 정전체제 유지·관리자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협력자로 나서는 것이다. 또 중국을 적으로 보면서 한·미동맹을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한·미동맹과의 병행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방향을 선택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긴장은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도 일본과 흡사하게 북한을 계속 적으로 남겨두고 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포위전략에 동참하는 것이다. 동맹의 존재 기반이 '공동의 적'에 있다고 할 때 한·미 양국이 공동의 적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면 동맹은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절대로 선택할 수도, 또한 선택해서도 안 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말았다. 한·미동맹의 재편이 미국의 신군사전략, 즉 선제공격 독트린과 대중국 봉쇄 전략,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외피를 쓴 채 세계 도처에서의 전쟁에 부합하도록 바꾸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국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뒤를 쫓아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두고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북한과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강화할수록 한·미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긴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전략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무시하고 한·미 양국이 동맹 재편을 밀어붙일수록 국민들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평택 문제는 그 중심에 있기도 하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있는 국가 공권력이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틀어막는데 악용될수록, 많은 국민들은 '한·미동맹이 뭐길래?'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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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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