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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효 아빠!, 인효 아빠!"

밭에서 풀을 뽑고 돌아와 바지를 벗어 놓고 사랑방에 늘어지게 누워 있는데, 아내가 '뱀'이라도 본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왜! 뭔 일여!"

벌떡 일어나 팬티 바람으로 쫓아가 보았습니다. 대문 없는 집 입구로 들어서는 개울가였습니다. 뱀이었습니다.

"이거 봐, 이거 봐, 뱀하고 개구리."

ⓒ 송성영
땅바닥 흙에 납작 엎드려 있으면 구분이 잘 안가는 갈색 뱀 녀석이 참개구리를 입에 가득 넣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사랑방으로 올라가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가져 왔습니다.

갈색 뱀 녀석은 고자세로 꿈쩍도 않고 있었습니다. 캠코더를 아내의 손에 쥐어 주고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어대도 녀석은 경계의 눈빛만 번뜩였지 꿈쩍도 않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녀석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작대기 하나 없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있었으니까요. 더욱이 녀석의 머리통은 사각형 깍두기들보다도 더 독한 살모사, 아니면 살모사와 같은 독사가 분명했습니다.

ⓒ 송성영
녀석은 사람들 보는 앞에서 포식하기가 좀 거시기 했는지, 잠시 후 한 웅큼 물고 있던 개구리를 놓았습니다. 개구리는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게슴츠레한 두 눈을 그대로 뜨고 있었습니다.

ⓒ 송성영
뱀 녀석은 내게 경고라도 하겠다는 듯 방울뱀처럼 꼬리를 요란스럽게 흔들어대며 몸을 약간 뒤로 제쳤습니다. 여차하면 달려들겠다는 그런 자세였지요.

ⓒ 송성영
나 역시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녀석은 내가 살의가 전혀 없는 별 볼일 없는 '사진사'라는 것을 눈치 챘는지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개구리 곁으로 다가와 '물기'를 시도했습니다.

ⓒ 송성영
이미 몸 속에 독이 퍼져있을 개구리는 '나 죽었네' 자세로 뱀이 물건 말건 처음 그대로 있었습니다. 뱀 녀석은 먹이를 삼키기에 집중이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1차 시도에 실패하고 다시 2차 시도를 했습니다.

ⓒ 송성영
그때였습니다. 뱀 녀석의 입안에 들어가던 개구리 녀석이 남은 힘을 다해 자신의 장기인 '펄쩍뛰기'를 시도했습니다. 뱀 녀석도 놀랬는지 잠시 쳐다보고 있다가 개구리 녀석을 뒤쫓아갔습니다. 개구리는 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몇 걸음 다가왔습니다.

ⓒ 송성영
그러자 뱀 녀석은 미련 없이 개구리를 포기했습니다. 몇 차례 혀를 날름거리더니 자신의 보금자리인 개울가 돌 틈으로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더 이상 탐욕을 부렸다가는 큰 위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겠죠.

ⓒ 송성영
좀 더 많이 먹고 좀 더 배부르기 위해 아귀처럼 끊임없이 먹어 치우는 탐욕스런 종족들, 그 탐욕스런 배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종족들은 뱀이 가장 사악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뱀을 사악함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뱀이 그 종족들에게 뭐라 할까요?

ⓒ 송성영
개구리는 어떻게 됐냐구요? 뱀의 입안에 들어갔다 나온 머리 부분은 멀쩡한데 다리 쪽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물린 부위에서부터 온몸으로 독이 퍼져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를 피해줬습니다. 뱀이 다시 찾아와 개구리를 포식할지도 모르니까요.

예전에 우리 할머니께서 어쩌다 마당에 뱀이 나타나면 그러셨답니다.

"점잖은 양반이 어쩐 일여, 사람들 놀래키구, 어여 저리가 놀어, 사람들 눈에 띄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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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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