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집들이 손님 한별이 ⓒ 이선미
타박타박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아이들 발소리, 색색거리는 약간 힘든 숨소리.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는 소리들입니다.
지난 12월부터 도서관 무상임대공간을 놓고 공사 견적을 뽑느랴 고민하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37평이라던 공간이 막상 들어가보니 15평밖에 되지 않아 크게 실망하고, 지하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고, 우울한 나날들이었지요. 그 작은 공간에 들어가는 공사비용이 자그마치 700만원.
춘천시민광장 회원들은 다들 머리가 띵하도록 고민고민 했어야 했답니다. 휴일에도 문을 여는 도서관, 어린이날에도 문을 여는 도서관, 저녁에도 문을 여는 도서관, 꿈에 그리던 도서관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지난 5개월 동안 해왔습니다.
▲아이들의 띠라벨붙이기 ⓒ 이선미
그러던 중, 3층 건물(48평)의 월세가 상상 외로 싼 곳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3층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지하보다는 3층이 낫겠지요. 15평 해가 안 들어오는 곳보다는 48평, 해가 들어오는 마루공간이 낫겠지요.
불과 하루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하에서 3층 공간으로 도서관 이사장소가 바뀐 것은 불과 하루만의 일입니다. 월세가 그새 빠질까 주인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 계약을 하고 공사견적을 낸 것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보증금은 올해 안에 두 번에 나누어 내기로 했습니다. 48평의 공간은 꾸러기공부방에 나누어 쓰기로 하고 비용도 공동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얘기가 이렇게 풀리고 나자 그 다음부터는 한두 명씩 달라붙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 공사들을 해나갔습니다.
▲전기판넬공사 ⓒ 이선미
수도배관공사, 조명공사, 전기판넬공사부터 장판깔기, 철거한 벽돌 나르기까지 손수 춘천시민광장 회원들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4000권의 책을 전에 있던 후평2동 동사무소 도서관 공간에서 3층까지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서자원활동가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나른 책이 약 2000권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무겁기 때문에 한번에 10-15권씩 작게 묶어 주었습니다. 어른들이 하면 일인 이사도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놀이처럼 여겼습니다.
새로온 책 수서작업부터 도서관 내부 장식, 책 띠라벨 붙이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도서관, 공부방 집들이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도서관 꾸미기 ⓒ 이선미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함께 해주셨던 광장서적 사장님, 공부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동화읽는 어른 오춘재님,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풍선장식을 해주었던 이경우님을 비롯하여 도서관 사서자원활동가, 공부방 아이들 부모님들, 시민사회단체 분들과 함께 집들이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던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선물을 전하고, 다같이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 그림책을 빛그림 동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면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시가 나옵니다.
▲감사패 증정 ⓒ 이선미
가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몇 가지
들에 핀 꽃을 꺾지 않아도
향기를 맡을 순 있지.
숲속의 벌레를 잡지 않아도
귀여운 모습을 볼 순 있지.
반짝반짝 예쁜 별은 따 갈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리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순 있지.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즐거운 것,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빛그림동화 ⓒ 이선미
▲도서관 내부 ⓒ 이선미
▲도서관 입구 ⓒ 이선미
덧붙이는 글 | 이선미기자는 평화와 참여의 공동체 <춘천시민광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