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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공음면의 청보리밭.
고창 공음면의 청보리밭. ⓒ 권오성
현재 전북에서 보리 관련 축제를 치르는 곳은 고창과 군산 두 군데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고창 청보리밭 축제'(4월 15일~5월 14일)는 입소문을 타고 보리 축제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청보리밭을 이리저리 거닐면, 지난 추억이 발걸음마다 아롱거린다.

고창의 총체 보리는 주로 사료용이고, 군산의 흰찰쌀보리는 식용으로 쓰인다.
고창의 총체 보리는 주로 사료용이고, 군산의 흰찰쌀보리는 식용으로 쓰인다. ⓒ 권오성
올해 처음 열린 '군산 꽁당보리 축제'(5월 11일)는 꽤나 토속적인 명칭으로 귀가 얇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손수건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옛 시절 보릿고개 얘기를 자주 하는 분들이라면, 진저리치면서도 한두 번쯤 힐긋 쳐다보지 않을 수 없는 축제라고나 할까.

축제의 차이를 알면 즐거움은 커진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와 '군산 꽁당보리 축제'가 보리를 소재로 한 축제인 만큼 모두 비슷하고 차이도 그만그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 축제엔 나름대로 차별성이 있고, 알면 알수록 내년에 축제 장소를 찾는 즐거움은 배가될 수 있다.

우선 축제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취지가 다소 다르다. 공음면 학원농장에서 열리는 청보리밭 축제는 전망 좋은 풍광을 자랑한다. 올해는 '좋은 농산물과의 만남'이란 주제를 부각하면서 지역민의 참여 및 보리를 포함한 다양한 농산물 홍보를 부쩍 강조했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의 조형물.
고창 청보리밭 축제의 조형물. ⓒ 권오성
하지만 이 축제는 넓은 청보리밭 풍경으로 방문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축제 장소를 찾아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그런 풍광을 보기 위해 가야 하는 길은 만만치 않다. 고향을 찾아가는 굽잇길처럼 시간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야 콧노래를 부르며 갈 수 있는 길이다.

꽁당보리 축제는 올해 처음 열려서인지, 행사장에서 만난 미성동 농업인들은 수줍어하면서 약간 주뼛거렸다. 물론 이 지역의 보리밭 풍경도 그 위풍에서는 만만치 않다. 규모면(120만평)에서 본다면 오히려 학원농장(30만평)을 훨씬 능가한다. 고창의 청보리밭이 얕은 굴곡으로 정겨운 운치를 준다면, 군산의 보리밭은 그야말로 탁 트인 평야로 압도한다.

군산꽁당보리축제의 허수아비.
군산꽁당보리축제의 허수아비. ⓒ 권오성
그래도 축제의 주목적은 이 지역의 '흰찰쌀보리'를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리는 특산물 축제이다. 그래서 서울 시민을 500여명이나 초대했고, 인기 연예인도 다수 초청했다. 지리적으로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고 서해안을 지척에 두고 있다는 특성도 있다.

'시끌벅적한 놀이마당'과 '여유로운 시골의 장터'

축제 행사의 내용과 기간을 보면 그 구분은 보다 뚜렷해진다. 꽁당보리 축제는 체험마당(보리밭 닭서리, 노래자랑, 보리 구워먹기 등)과 부대행사(삼행시 짓기, 보리밭 걷기, 캠프파이어 등)로 하루 동안 모두 함께 하는 한바탕 놀이마당의 성격이 짙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즉흥성이 강한 진행이 특징이다.

'꽁당보리'로 만든 보리밥(1천원)과 고창에서 한 보리밥(5천원).
'꽁당보리'로 만든 보리밥(1천원)과 고창에서 한 보리밥(5천원). ⓒ 권오성

고창 공음면에서는 시골 장터가 열렸고, 군산 미성동에서는 닭서리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고창 공음면에서는 시골 장터가 열렸고, 군산 미성동에서는 닭서리 체험을 할 수 있었다. ⓒ 권오성

청보리밭 축제에서 선보인 '보리개떡'(왼쪽)과 군산의 흰찰쌀보리로 만든 '떡볶이'.
청보리밭 축제에서 선보인 '보리개떡'(왼쪽)과 군산의 흰찰쌀보리로 만든 '떡볶이'. ⓒ 권오성
그에 비해 청보리밭 축제의 경우 체험행사(청보리 공예, 보리밭 샛길 걷기, 보리피리 만들기, 소달구지 체험 등)외 전통놀이 등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골 장터' 운영과 무대 공연(안치환, 또랑광대 공연, 청보리밭 체험 한마당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고향의 정서와 전통의 멋을 음미하고 향유할 수 있으며 비교적 정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축제 기간이 한 달 동안 이어지는 것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데 부담이 없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두 지역의 보리의 쓰임새가 결코 같은 건 아니다. 군산 미성동의 찰진 보리는 떡으로 만들 수 있는 우수한 품질로 사람의 입맛을 돋우는 데 반해, 고창 공음면의 총체보리는 질 좋은 한우의 사료용으로 재배된다.

'청보리공예'(왼쪽)와 '군산꽁당보리축제' 펼침막.
'청보리공예'(왼쪽)와 '군산꽁당보리축제' 펼침막. ⓒ 권오성

두 축제의 무대 풍경. 고창의 공연 무대는 작고 아담했다.
두 축제의 무대 풍경. 고창의 공연 무대는 작고 아담했다. ⓒ 권오성
한편 두 보리 축제가 공통적으로 방문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있다. 보리에 관한 잊지 못할 추억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자신을 여지없이 반추하게 한다. 또한 고향의 향수와 농촌의 고마움을 한번쯤 일깨우기도 한다. 찾는 이에 따라서는 이것 말고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왜 미리 이런 정보를 주지 않았느냐고 투덜대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축제는 끝났어도 보리를 수확(5월말~6월초)하기 전까지 그 넓은 보리밭은 건재하다.

군산 미성동의 보리밭.
군산 미성동의 보리밭. ⓒ 권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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