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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가 '네거티브 선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초반에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지평'의 세금문제를 들고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는 거꾸로 강금실 후보 측이 연일 오세훈 후보의 이러 저러한 말과 행동들을 트집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강금실 후보가 열세국면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현재의 열세를 '오세훈 때리기'로 만회해 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선거운동은 무엇보다도 정책선거를 강력하게 주장했었던 강금실 후보의 '초심'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면에서 이래헌 기자의 '네거티브와 후보자 검증은 다르다'라는 기사는 이래 저래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이 기자는 강금실 후보 측이 제시한 이른바 '13가지 문제제기'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라기보다는 후보자검증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후보 측은 이 문제제기에 대해서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네거티브와 후보자 검증은 다르다'에서 후보자 검증의 대상으로 '정체성', '과거 언행과 공약의 일관성', '도덕성'등을 들고 있다. 이 기준에 비춰보더라도 강금실 후보측이 제기한 '13가지 문제'는 대부분 그 타당성을 잃고 있다.

일례로 '민변에서 활동하다 민변을 탈퇴하게 된 경위'나 '한나라당 당비를 미납한 경위'등을 해명하라고 하는 것은 여러모로 '네거티브'에 해당하지 '후보자 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변을 탈퇴한 것이나 한나라당에서 당비를 내지 않은 것이 어째서 서울시장의 자격과 관련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단체에 가입하고 말고는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민변'을 탈퇴한 것도 어디까니나 오세훈 후보 개인의 문제지 해명을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 물론 '민변'이 과거 민주화 운동 기간에 괄목할 만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곳에서 활동한 인물이라면 기본적으로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왜, 거기서 이유없이 탈퇴했느냐?"고 캐묻는 것은 검증이라기보다는 윽박지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는 '민변'은 훌륭한 인물들의 모임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렇지 않다는, '비민변'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담겨 있고 이는 자칫 자기오만이나 독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변'출신 정치인 중에 구설수에 오른 인물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민변 탈퇴 경위 묻는 게 후보자 검증인가?

'당비 미납' 문제 역시 강금실 후보 측이 '오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비문제는 이미 오세훈 후보가 속해있는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양해하기로 한 문제다. 당내경선에 함께 나섰던 맹형규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도 암묵적으로 양해에 동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문제가 오세훈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설사 한나라당 내에서 문제제기가 있다 하더라도 고의적이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그럼에랴.

오히려 이런 문제들보다는 '13가지 문제제기'중에 청계천에 대한 오세훈 후보의 입장변화나, '13가지 문제제기'에는 없지만 '행정도시 이전 반대' 발언 등이 '후보자 검증'의 중심이 돼야 한다.

오세훈 후보가 '이명박식 청계천 개발'에 대해, 반대에서 옹호로 입장을 바꾼 것은, 그가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것은 환경에 대한 그의 철학의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 좋은 사례다. '행정도시 이전을 취소할 수만 있다면 취소하고 싶다'는 발언 역시 도시행정에 대한 그의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의 공약중에는 '민·관 협력형 자립고 설립'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공약 역시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으로 서민 입장에서는 하등 반겨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정체성을 알게 해주는 정책이다. 당연히 심도있는 토론을 요구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는 것 등을 트집잡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은 후보자 검증이라고 할 수 없다.

'네거티브와 후보자 검증은 다르다'에서 이 기자가 지적한 대로 포지티브 정치는 "정책경쟁의 정치, 무책임한 폭로와 비방이 아닌 정당한 검증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또, 모름지기 정책경쟁이라는 것은 정책을 수립해내고, 그걸 수행해낼 수 있는가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털을 불어가며 흠을 찾아 내는 취모멱자(吹毛覓疵)가 정책경쟁일 수는 없다. 강금실 후보를 비롯해 정책경쟁을 주장했던 모든 후보가 명심해야할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미디어 <바인스(www.byins.com)>에서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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