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에 신문에 많이 오르내린 미국, 중국에서 수입된 쌀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비쳐보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경 못했다는 판매원의 이야기이고 보면 아직은 일반 시장 진입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아직은 쌀의 품질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계층화되지 않은 상황이나 우리나라의 쌀 시장도 품질로 평가받는 안정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판매원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친구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두 명이 나타나 이것저것 쌀 포대를 둘러보다가, 판매대 윗부분에 홍보용으로 전시된 표본병에 들어 있는 쌀의 내용들을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현미는 뭐고, 7분도 쌀은 무언가? 현미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는데..." "도정할 때 많이 깎고 적게 깎은 차이에요. 보통으로 깎은 것이 7분도이고 깎지 않은 것이 현미예요" 판매원 아주머니는 간단히 설명했다.
"쌀을 왜 깎아요."
"쌀을 깎지 않으면 거칠어서 밥맛이 없어요."
"그럼, 많이 깎을수록 좋겠네?"
"그렇지도 않아요. 많이 깎으면 밥맛은 좋으나 손실이 많아요."
"어떤 게 좋아요?"
"7분도가 보통이고요, 사용 목적에 따라 5분 도에서 8∼9분도까지 도정해 드려요."
한참을 둘러보고서야 3kg 한 포대를 골라갔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대화가 재미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런 기초도 모르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판매를 맡은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금과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자주 있나요?" "젊은 사람들이 가끔 묻곤 해요. 잘 모르잖아요,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요즈음은 여학교에서도 가사 시간이 없잖아요" 한다. "그런가?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가사를 배운다던데…." "어쩌거나, 사람들이 쌀을 잘 몰라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잘 알 것 같은데 이외로 모른다는 말이다. 특히 브랜드마다 적힌 품질 표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 형태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브랜드의 쌀 포장지에는 품질 표시를 하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도정일자 등은 법정 표시 기준이므로 대체로 지켜지고 있었으나 날자가 경과된 것도 있었다. 도정일자가 오래된 것일수록 쌀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쌀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 가짜 쌀 유통을 막아야 한다
흔히 쌀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로 이용되는 '완전미' 비율을 표기하고 있는 것은 5kg에 22000원, 즉 kg에 4400원하는 브랜드뿐이었다. 즉 최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쌀이다.
우리나라 쌀의 완전미 비율이 2005년도에 가장 높아 평균 88% 수준이고, 품질이 낮은 쌀일수록 완전미 비율은 낮다. 4400원하는 브랜드는 95% 이상이니 품질의 특장을 잘 나타내는 기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별히 가장 중요한 품종 표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품종명'에 '일반계'라고 버젓이 표기한 경우이다.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여러 품종이 섞인 쌀을 의미한다. 자연히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개 가장 값싼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바르게 표현한 것은 '태봉', '설악', '추청', '일품', '동진' 등으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들이었다.
최근의 언론보도처럼 앞으로 품질이 낮은 외국산 수입쌀이 값싸게 들어 와 유통될 때,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쌀과 섞여서 '일반계'로 둔갑하여 팔리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기에 올해 초 발표된 것처럼 시중에서 유통되는 쌀 가운데서 포장의 표기와 내용물의 품종을 달리하여 외국에서 수입된 고급 쌀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켜 비싼 값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된 경우가 생각났다.
이제, 쌀을 판매하는 도정업자도 정확히 표기하고, 소비자도 정확히 표기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을 가져야 하겠다. 앞으로 수입된 쌀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쌀이 혼재 돼서 팔리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이 시장을 장악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논란 끝에 이루어진 쌀 시장 개방이 우리나라 농업계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 시키도록 가짜 쌀이 유통되는 경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아울러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쌀에 대한 지식을 정확히 알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가져 본 하루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성종환 기자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쌀 포장지에 표기된 품질 표시의 내용은 대개 몇가지로 구분된다. 즉 생산지, 생산년도, 품종명, 가공업자, 도정일자 등이 기본이다. 이밖에 브랜드별로 완전미 비율, 단백질함량, 도정비율, 친환경재배 유무, 여타 기능성 요소 투입 여부 등이 표기된다.
이들 가운데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의 순서를 나열하면 완전미율 > 단백질함량 > 품종명 > 도정일자 > 생산년도 > 생산지역 등이다. 도정율은 대개 비슷하며, 친환경재배유무, 여타 기능성 투입 여부 등은 옵션 정도로 인정해야 한다.
완전미율은 쌀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품질이 우수해서 품종 고유의 특질이 유지돼 밥맛이 좋다. 반대되는 개념은 불완전미로 싸라기, 토막쌀, 금간쌀, 병해충 피해쌀, 색채미, 복백미 등이 포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