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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표지
ⓒ 넥서스주니어
<킬링 필드>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1984년 아카데미 촬영, 편집,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가 1985년 대한민국에서 반공영화로 둔갑하여 전국 거의 모든 학생들이 봤어야 했던 영화.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절하게도 ‘주말의 명화’로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던 영화기도 하다.

기자도 중학교 때 이 영화를 단체 관람으로 보고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어린 소년 병사가 나이든 지식인을 처형하면서 총알도 아깝다고 비닐 봉투를 씌워 질식사시키는 장면은 한동안 꿈에도 나왔으니까.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고,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가진 이 나라를 ‘킬링 필드’의 대학살로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1/4인 200백만 명이 학살당한 것을 떠올려 본다면 이 상처가 얼마나 깊이 팬 것인지 짐작조차 어렵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일본인 의사이자 사진가인 야마모토 토시하루씨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을 그려보라’고 부탁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그 중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들이 이 책에서 웃고 있다.

어디서나 아이들을 즐겁다. 여기 대한민국에서 학원과 학원으로 뺑뺑이를 도는 처지거나 저기 이라크에서 위태로운 시가전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깨끗한 식수가 없어 흙탕물을 먹다 배탈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지뢰를 밟아 다섯 살짜리 아이의 다리를 앗아가기도 하는 캄보디아에서도 아이들은 웃고 뛰놀고 미래를 꿈꾼다.

출판사가 ‘넥서스 주니어’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펴낸 책이겠지만 그보다 어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대한민국 먹고 살만해진 것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건만 우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뉴욕을 꿈꾸기는 쉽고 함께 살아갈 아시아를 위해 작은 마음 하나 일으키기 인색하다. 지뢰에 두 다리를 빼앗기고 의족을 하고서도 아이들은 웃는다. 어른이 해야 할 여러 일들 중에서 아이들 웃음을 지켜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12살 혼 소피아군의 그림에는 지뢰에 대한 공포가 배어 있다.
ⓒ 야마모토 토시하루
▲ 숲에서 놀다 지뢰를 밟은 이 아이의 두 다리는 모두 의족이다.
ⓒ 야마모토 토시하루
▲ 수도 프놈펜 부근에 커다란 쓰레기 산에 사는 소년은 가장 좋아하는 '꽃'을 그리며 환하게 웃는다.
ⓒ 야마모토 토시하루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야마모토 토시하루 지음, 강석기 옮김, 넥서스주니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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