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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손의 마술사 맥가이버를 기억하는가? 주인공 맥가이버가 즐겨 쓰던 스위스 군용 주머니칼은 그 이름이 아예 '맥가이버 칼'로 굳어졌다. 그래서 맥가이버를 TV에서 보지 못한 세대조차도 이런 칼을 대개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른다.

남자라면 한번쯤은 맥가이버 칼을 사 봤거나 사려고 시도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만만한 상품은 아니어서 원조라 할 스위스 빅토리 녹스 제품은 싼 것이라 해도 3~5만원은 줘야 한다. 대만제도 역시 싼 것들이라 해도 보통 1만원은 줘야 한다.

ⓒ 장익준
그런데 맥가이버 칼을 달랑 천 원 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다니? 현장은 바로 28일 지하철 안이었다. 원래 천 원 짜리 세 장에 모셨지만 오늘은 한 장에 모신다는 판매원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컵라면 하나 값이라 따져볼 것 없이 덜컥 사고 말았다.

포장은 좀 궁색했지만 뜯어보니 제법 다부진 모습을 하고 있다. 맥가이버 칼은 보통 몇 개의 도구가 숨어 있는가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데, 이 녀석은 칼이나 깡통 따개 같은 기본적은 것은 물론 코르크 따개, 톱, 가위, 십자드라이버 등 모두 11개 도구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단점도 있다. 정체불명의 윤활유가 발라져 있는데 냄새도 좋지 않은 것이 영 신경 쓰인다. 게다가 윤활유가 발라져 있음에도 어떤 도구들은 잘 펼쳐지질 않아서 손을 다칠 뻔했다. 무엇보다 같은 물건이 다른 지하철에도 널리 팔리고 있을 테니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비교도 결국 가격대비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비슷한 수준의 스위스 제품이라면 4만원은 족히 줘야 할 텐데 그걸 단 돈 천 원에 샀으니 말이다. 이게 바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힘이리라. 그런데 원가는 얼마일까? 수입하는 비용이나 이런저런 마진을 빼면 거의 몇 백 원일 텐데… 오래된 개그의 유행어처럼 생각할수록 '빠져' 든다.

ⓒ 장익준
사실 요즘은 중국산이 아닌 걸 찾기다 더 어렵다. 특별히 국산임을 강조하거나 "선진국에서 직접 만들었으니 그만큼 비쌉니다"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중국산이다.

인사동의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어 간판이 아니다. 그러나 인사동에서 파는 전통 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이고 어린이 한복 시장의 90%는 역시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에 있는 대형할인점 메트로를 조사해 보니 매장을 채운 물품의 90%가 중국제로 나타났다. 이처럼 선진국 사람들의 일상을 '메이드 인 차이나'가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산을 따지는 것을 촌스러운 행동이라 주장한다. 품질이 유지된다면 생산 기지가 어느 나라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에서 디자인드 인(Designed in)이나 디자인드 바이(Designed by) 같은 표현들이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띈다. 내 친구 하나는 아이팟 상자에 적혀 있는 'Designed by in Apple in California'를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산이 주는 가격 대비라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고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중국산과 구산의 차이는 어느 정도 일까? 디자인드 인 코리아는 힘이 셀까? 여전히 궁금한 건 천 원 짜리 맥가이버 칼의 원가는 정말 얼마일까?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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