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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저녁 5.31지방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나타나자, 정동영 의장등 당지도부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31일 저녁 5.31지방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나타나자, 정동영 의장등 당지도부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침묵만이 감돌았다. 오후 6시, 열린우리당 선거 상황실에는 방송사들의 출구 조사결과가 나온 뒤 지도부가 자리를 뜨기까지 30분간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도 함께 30분여 침묵을 지켰다. 오간 거라곤 당의장의 한 차례 헛기침에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터지는 소리 정도였다. 자리를 먼저 뜬 건, 김근태 최고위원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참담하다, 역사 앞에 죄인이 되었다"며 "오늘처럼 부끄럽고 두려운 적이 없었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을 총괄한 이광재 기획위원장도 중간에 전화를 받고 어디론가 급하게 사라졌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정동영 의장이 기침을 하고 있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정동영 의장이 기침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도부 중 누구도 자리 연연 안해"

정동영 의장은 30여 분 방송을 지켜본 뒤 당의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들의 요구에 정 의장은 짤막한 입장을 표명했다. 정 의장은 "표에 나타난 민심에 대해 겸허하게,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선거를 지휘했던 당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당의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의장은 "크고 작은 책임을 모두 질 생각"이라며 "자세한 얘기는 내일 오전 당의 공식 회의기구에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당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향후 대책은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결정해서 밝히겠다 등 3가지로 정리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의장은 끝으로 후보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 의장은 "다만 한 가지,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너무 아까운 인물들이다, 아까운 인물들이 모여 최선을 다하셨는데 당의장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황실에는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두관 최고위원은 빠졌다. 경남도지사로 출마한 김 최고위원은 경남도당에 꾸려진 상황실에서 선거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대변인이 전했지만, 선거 막바지 불거진 정 의장과의 불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지도부 중 누구도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당 기구를 통해 상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은 "분위기가 매우 착찹하고 침통하다"며 "어떤 지도부도 한 마디 말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황실에는 지도부를 비롯해 신기남 전 의장과 이광재 기획위원장, 정청래, 박명광 의원 등 20명도 채 안 되는 의원들만이 모습을 나타냈다.

정동영 의장이 의장실에서 소감을 밝힌뒤 자리를 뜨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의장실에서 소감을 밝힌뒤 자리를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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