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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황새울'에는 삽화 대신 노순택씨의 사진이 실려 있다.
ⓒ 노순택
대추리, 다시 또 어떤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오늘도 그곳에는 많은 농민의 꿈과 희망이 눈물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어느새 고향 들판의 그리운 풍경은 사라져가고 여러 입장과 의견이 칼처럼 맞부딪히는 그곳.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전해 줄 수 있을까.

▲ 동화 '황새울'의 작가 정대근씨.
ⓒ 나영준
동화 <황새울>은 평택 대추리 일대에 펼쳐져 있는 들녘의 이름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인 조선례 할머니의 눈으로 바라본 황새울의 모습은 황새가 날아들고 그런 새들을 닮은 이들이 모여 사는, 작지만 꿈이 깃든 마을이다.

그렇게 두 볼이 발그레한 새색시 시절 바라보던 황새울의 풍경은 소박한 행복을 꾸려가는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미군기지 확장 이전부지로 선정되어 수난을 겪고 있는 고통의 현장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결코 돈이 아닌 평화로운 삶이다. 이 책은 대추리에서 70여년 동안 살아온 조선례(89) 할머니의 목소리로 지난 반세기 동안 주민들이 이겨내야 했던 모진 세월을 담담히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황새울의 평화를 친근하게 전해주고 있다.

지난 5일 동화 <황새울>을 펴낸 작가 정대근(29)씨를 만났다. 7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과 한미 FTA 체결 반대' 문화난장에서 책을 소개할 예정이라는 그는 세상에 전하고픈 낮은 목소리를 천천히, 그러나 힘주어 들려주었다.

동화, 현실을 말하다... "부모님도 함께 읽으세요"

▲ '황새울'의 주인공인 조선례 할머니.
ⓒ 노순택
- 책 소개와 함께 책을 내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대추리에 관한 책이다(웃음). 물론 그곳에 관한 관심은 이번 행정 대집행이 일어나기 전부터 갖고 있었다. 경황없이 일어나는 사건을 보며 그간 준비해왔던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 엮게 됐다. 보수언론들 탓도 있고 그간 간간이 전해지는 보도들도 왜곡이 됐고, 관심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 도서출판 리젬
- 책을 동화 형식으로 엮은 이유는?
"어찌 보면 동화에서는 금기시되는 소재일 수도 있다. 상투적 표현일지 모르지만 어차피 아이들이 자라나 이끌어야 할 현실이다. 내 경우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대학에 가서야 진실을 알게 되는데, 조금 일찍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뿐 아니라 다른 문화 분야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동화는 일반적으로 삽화를 많이 넣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책은 사진작가 노순택씨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현재까지 거친 주인공 조선례 할머니의 경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분이다. 아마 대추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삶이 그러할 것이다. 책에서 오히려 현재의 이야기는 짧게 다뤄지고 있다. 삽화보다는 현장감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수십 년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 그곳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악의적 대화라도 좋아요, 대추리에 가보세요"

ⓒ 노순택
ⓒ 노순택
- 사진을 제공한 노순택씨는 그곳에서 사진관 운영도 했다던데.
"그렇다. 그 분은 대추리에서 직접 '황새울 사진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기간의 기록이 책 안에 담겨 있다. 한편 책이라는 매체가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처럼 한 번 나오면 살아 돌아다니는 생명력이 있다. 이념의 문제를 떠나 올바르게 황새울의 현실을 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다.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다."

- 작가로서 책을 통해 바라는 게 있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이긴 하지만 학부모들이 책을 사줄 때는 먼저 한 번 보지 않겠는가. 엄마, 아빠들도 함께 봐 주셨으면 한다. 안에 담긴 내용은 이념이 아니다. 거의 모두가 '주민'들의 녹취와 증언으로 만들어진 우리 시대 삶의 이야기다."

- 대추리에 관해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많이들 가 보셨으면 한다. 그곳에 들어갈 때는 각자의 목표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대추리를 만나게 되면 평소 알고 있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대추리 기사에 악의적 댓글을 다는 분들도 그곳에 다녀오신다면 그런 생각을 먹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설혹 악의적 대화를 나누더라도 그곳에 직접 가서 하셨으면 한다. 그런 분들이라도 촛불 집회를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그저 인사만 드려도 반가워하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대근씨는 마지막으로 "솔부엉이 서식지가 마을 한 가운데 있는 대추리는 '살아있는 예술관' 그 자체"라며 아무런 부담감 없이 편하게 그곳에 가보길 바란다고 했다. 문득 억만금의 보상도 필요없이 자연 그대로의 평화를 원한다는 주민들의 바람이 그가 쓴 책장 사이, 황새의 날갯짓에 묻어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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