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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중학교 1학년 8반 교실, 아이들이 남북공동수업을 듣고 있다.
강신중학교 1학년 8반 교실, 아이들이 남북공동수업을 듣고 있다. ⓒ 오마이TV 문경미

"분단된 남북이 하나가 돼요! 하나요!"

'통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모았다. 이유·조건 없이 '하나'가 되는 것이란다. 대체 '통일'이 뭐지?

미술시간에 '통일'을 배운다?

광주에서 '6.15 남북축전'이 한창이던 14일 오전, 서울 강신중학교 1학년 8반에서는 남북공동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교시 미술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깨알같은 글씨가 앞뒤로 인쇄된 종이를 한 장씩 받았다. 아이들이 받은 수업 자료는 '6·15 공동선언문'.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자주적 평화통일에 힘쓴다"는 것을 합의한 문서다.

그런데 종이를 받아든 아이들의 얼굴이 시큰둥하다. 미술시간에 미술이 아닌 특별수업을 한다니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그 때 오승환 교사(강신중학교 미술 담당)가 단일기 한 장을 꺼냈다. "이게 뭐지? 남측에서는 이걸 한반도라 부르고, 북측에서는 조선반도라 불러요. 우리는 북측을 '북한'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의 정식 명칭은 뭘까?"

대답하는 학생들이 없다. 모른다는 뜻인가? 선생님은 다시 묻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무슨 주의예요?" 이 질문에 "공산주의"라고 대답하는 아이들 속에서 "빨갱이"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아직도 북한은 '빨갱이'?

수업을 진행한 오승환 교사는 "'공산주의'라는 말보다는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말을 쓴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아직도 '통일'이나 '북한'이라고 하면 막연히 싫어하거나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수업이 "왜곡된 통일의 모습이나 북한의 모습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각 체제의 차이와 남과 북이 주장하는 통일의 방식, 즉 남한의 '연합제 통일론'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에 대한 자료들이 스크린에 비춰졌다. 중학교 1학년인 아이들은 딱딱한 단어들의 나열이 이어지니 지루하기만한 모양이었다. 금세 곳곳에서 장난을 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있었으니!! 선생님은 우리 쌀로 만들었다는 '통일엿'을 반장에게 나눠주게 했다. 그리고 반장이 교실을 한바퀴 돌자 이내 38명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이들에게 나눠준 이 엿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엿을 하나씩 물고 노래 <김밥>을 들으며 2000년 이후 변화한 남과 북의 역사를 플래시로 만났다. 그리고 북의 어린이가 "약한 짐승을 잡아먹고,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는 곰"을 설명하는 영상도 보았다. 2분단에 앉아 있던 두 여학생은 한 손에는 엿을 들고, 북한 어린이가 '귀엽다'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 달리 두 눈을 반짝였다.

영상자료들이 어려운 설명보다 아이들에게 더 쉬운 모양이었다. 6.15 민족공동위원회가 제작한 이 영상에는 남북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등 남북이 가진 문제들이 관련영상들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아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낯설지만...

통일엿을 든 한 학생이 준비된 영상 자료를 보며 웃고 있다.
통일엿을 든 한 학생이 준비된 영상 자료를 보며 웃고 있다. ⓒ 오마이TV 문경미
수업이 끝난 후 남은 '통일사탕'을 받기 위해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통일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마다 사탕을 입에 문 아이들이 답한다. "하나가 되는 거요!" "뭐가 하나가 되는 거죠?" "분단된 남과 북이 우리 힘으로 하나가 되는 거요!"

수업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느낀 것일까? 그래서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을까"라는 질문도 덧붙였다. 아이들은 "남과 북의 축구선수들이 같이 뛰면 우리팀이 더 강해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통일엿과 통일사탕의 효과 때문인지 수업 때와는 달리 발랄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딱딱한 통일 체제나 통일 이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보다 북에 있는 친구들을 영상으로 만나고 낯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플래시로 본 것이 더 신난 모습이었다.

올해로 두번째인 이 남북공동수업이 내년에는 더 즐거운 시간으로 다가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남측과 북측에서 진행된 남북공동수업은 '6.15공동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 2005년부터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남북공동수업주간인 지난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전국의 각 학교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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