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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속에 지은 박사장님댁.
계곡 속에 지은 박사장님댁. ⓒ 정판수
고급 승용차는 오디철이 아니더라도 줄곧 늘었다. 그것들 중 대부분은 부동산업자들이나 이 마을의 토지에 관심있는 도시인들이 몰고 온 차다. 도시인들이 드나들면서 시골 분위기는 좀 들떴고, 그러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듯했다.

그러나 역시 도시화의 증거는 무엇보다도 촌집만 있던 곳에 전원주택이란 이름으로 들어선 현대식 가옥일 것일게다. 현재 달내마을에 들어선 전원주택은 모두 네 채(한 채는 짓고 있는 중)다. 그리고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닦아놓은 곳도 있으니 만약 거기도 짓게 되면 스무 가구도 채 안되는 마을에 거의 절반에 이르는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셈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선생님댁.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선생님댁. ⓒ 정판수
전원주택이 들어섬으로써 좋은 점은 땅값이 올랐다는 점이다. 도시인들의 구미를 당기는 땅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전보다 상승했을 테니까 말이다. 또 단조롭고 조용하던 마을 분위기가 새롭고 활기차게 변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다. 도둑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산음댁 할머니에게 여쭤보니 5년 전만 해도 달내 마을에서 도둑맞았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용담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사장님댁.
용담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사장님댁. ⓒ 정판수
또 이곳에선 아직 현실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미 전원주택이 들어선 다른 마을에서 들려오는 외지 사람들과 이 마을에 뿌리를 내려온 사람들 사이에 융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과 공기 좋고 물 맑다는 이유만으로 찾아온 사람들 사이에 거리감은 분명히 존재할테니 말이다.

도시에서 농사라곤 모르는, 흙을 손에 묻혀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흙을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나 사는 집의 모양은 세월이 흐르면 함께 낡아가기에 저절로 융화되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노력이 필요하다.

언덕 밑에 새로 짓고 있는 주택.
언덕 밑에 새로 짓고 있는 주택. ⓒ 정판수
시골이 옛날에 비해 인심이 많이 각박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에 비하면 훨씬 후하다. 당신들이 먹고 남는 채소류는 이웃에 나눠주는 미풍양속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내것 네것을 가려야 할 땐 가리지만 가릴 필요가 없을 땐 그냥 함께 나눠 쓰는게 외려 더 자연스러운 마을이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나름의 경험과 지혜를 터잡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은 아무래도 도시에 연고가 많기에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 줄 수도 있고, 정보통신 분야나 차량 제공 등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문득 거기에 내가 앞장서야 할 사명감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에서 달 ‘月’과 내 ‘川’의 한자음을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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