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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았어요~ 2006년 6월 한사랑회 캠프에 모인 가족들
가슴으로 낳았어요~ 2006년 6월 한사랑회 캠프에 모인 가족들 ⓒ 김은희

“오늘 아기 데리고 간다던 ○○네가 갑자기 입양을 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데”
“왜요?”
“시부모님이 반대하신다네”
“첫째를 입양했고 둘째인데 왜 반대하실까요?”
“글쎄…”

한 아기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상담부서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아쉬웠다. 예정대로 라면 한 미혼모의 아기가 오늘 아침 엄마 아빠, 그리고 같은 입양 언니가 있는 새로운 가정에 귀여운 둘째 딸로 입양되었어야 했지만 친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었던 분들에 의해서 거절된 것이다.

이제 아기는 또 다시 새로운 가정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아기가 아직 어려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지난 5월 리서치조사기관 엠브레인(www.embrain.com)과 함께 전국 만 25세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입양인식과 입양태도’에서 입양 가능한 세대인 20세~45세 남녀에게 “입양시 가장 반대할 것 같은 사람”을 물었더니 남녀 모두 “남편 쪽 부모”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46.8%로 가장 높았으며, 여성은 43.2% 남성은 51.3%로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이 자신의 부모들이 반대할 거라고 답했다.

오늘 아침 일어난 이야기와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입양’을 할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부모이며 그중 시부모”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몇몇의 입양가족에게서 시부모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물론 새로운 가족을 맞는 일이고 ‘입양’이 ‘출산’과는 다른 방법이어서 당연히 부모에게 알리고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부모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그 자식의 자식까지는 못 미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아마 대부분 부모님들이 그렇듯 자식 앞날의 많은 것들을 염려하고 말한 것이겠지만 그만큼 자식 또한 충분한 생각과 의논 끝에 내린 결론이 아닐까!

가족유대가 강한 우리사회에서 비단 위에 열거한 ‘입양’뿐 아니라 적잖은 자녀들의 일에 부모들은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때로는 자녀들의 결정이 염려되고 부모의 마음과 맞지 않고 고생길이 눈에 보여도 아주 나쁜 일이 아니라면 이미 성인이 된 자식의 결정을 한번 믿어보고 긍정적으로 격려하며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오늘처럼 한 아기의 존재가 외면 당할 수도, 소중할 수도 있는 순간에는 더더욱 말이다.

“어머니 둘째를 입양하려고요”
“그래~ 잘 생각했다. 동생이 있으면 ○○이도 서로 의지하고 좋을꺼다! 언제 데려오냐?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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