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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 별아?
네가 우리에게 온 것을 알게 된 것이 꼭 4일전이구나.
'아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는 말을 그냥 흘려듣기만 했는데 너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그 말을 의미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단다.

ⓒ 정상혁
네가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너를 맞이하기 전에 얼마간은 막연히 아기를 갖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망설이기도 했단다. 결혼한 지 이제 반년을 조금 넘긴 신혼이기도 하고 또 이제껏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자라오다 독립을 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막상 아기를 갖기로 결심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이렇게 우리 곁에 찾아와주니 그런 걱정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단다. 너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그런 모든 걱정거리들은 씻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마음이 생겼으니까.

네 엄마는 네가 생기기도 전부터 늘상 너에게 무슨 잘못이 생기지 않을까 지나칠 정도로 걱정을 해와서 내게 핀잔을 듣기도 많이했지만 아마도 너에 대한 지극한 마음은 누구도 네 엄마를 따를 수 없을 듯하다.

벌써 인터넷을 샅샅히 뒤져서 언제쯤엔 뭘 조심하고 또 임신 몇 주에는 무얼 먹어야 좋고 나쁜지 그리고 전자파가 해로울테니 이제는 전화도 이어폰으로 해야겠다며 부산을 떠는 모습이 어쩐지 더 사랑스러워 보인단다.

지난 월요일 오후에 엄마는 병원에 갔단다.

병원에서 엄마의 배를 들여다보니 별이는 아직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별이가 열달동안 살아야될 집은 뚜렷하게 보이더구나.

ⓒ 정상혁
9.1mm의 작은 동그라미안에서 서서히 몸 구석구석을 키워나가고 있을 너에게 우리는 바깥에서 힘차게 잘 자라라고 응원할께.

참, 어둡고 컴컴한 뱃속이라도 마치 어둔 하늘 가운데 밝게 빛나는 한 빛처럼 지내다가 나오라고 우리 아기 뱃속 이름을 "별"이라고 했어. 마음에 드니?

이제 바깥에서 "별아"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든 "네"하고 대답하렴.
아직 우리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늘 네 곁에 항상 제일 가까이 있는 우리 둘의 모습은 이렇단다.

ⓒ 정상혁
별이가 열 달동안 엄마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세상에 나오는 내년 2월이면 우리 셋이 함께 만날 수 있단다.
그럼 다음에 또 소식 전할께.

사랑하는 아빠가 별이에게.

덧붙이는 글 | 지금 임신을 하셔서 아기를 갖고 계신 모든 부모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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