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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앞 '찾고 싶은 거리'. 2차선 차로가 1차선으로 바뀌어 인도가 좀 더 넓어졌다.
이대 앞 '찾고 싶은 거리'. 2차선 차로가 1차선으로 바뀌어 인도가 좀 더 넓어졌다. ⓒ 유동훈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이화여대 정문 주변에 '찾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대학가 주변 교육문화환경 개선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최초의 시범사업이었다. 이대 학생들과 시민들은 거리 조성 사업을 통해 학교주변 환경이 정화되고 통학로가 쾌적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이대 앞 통학로는 보도가 좁았다. 더구나 차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보도에는 의류수선점, 미용실, 패션전문점 등이 쭉 늘어져 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시는 2개 차로를 1개 차로로 바꾸는 등 보행자 위주의 거리로 탈바꿈 시켰다. 거리 조성 7개월여가 흐른 지금 '찾고 싶은 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대형 쇼핑몰에 둘러싸인 '이화여대'

이대 앞 주변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쇼핑몰. (왼쪽부터)지하철역 근처의 'yes apm', 정문 옆의 '파비', 신촌 민자역사의 '밀리오레'
이대 앞 주변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쇼핑몰. (왼쪽부터)지하철역 근처의 'yes apm', 정문 옆의 '파비', 신촌 민자역사의 '밀리오레' ⓒ 유동훈
요즘 이대 앞은 대형 쇼핑몰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8월에 신촌민자역사 옆에 패션 쇼핑몰 밀리오레가 들어서고, 2007년 8월에는 이대역 앞에 위치한 쇼핑몰 예스 에이피엠이 완공된다. 또 이대 정문 바로 옆에는 여성 전문 쇼핑몰 '파비'가 자리 잡고 있다. 3개의 대형 쇼핑몰이 이대를 둘러싸고 있는 셈이다.

주변 상가의 한 상인에게 이대 앞 상권의 확대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다. 찾고 싶은 거리 조성, 신촌민자역사 개발 등 투자 호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거리 조성은 그간 이대 상권의 큰 문제점이던 열악한 환경을 바꿔 놓아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나가는 이대생 유희경(역사교육 4학년)씨에게 '찾고 싶은 거리'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유씨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찾기 싫은 거리'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통학로가 넓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넘치고 넘치는 기존 점포들도 부족해 학교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 쇼핑몰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특히 학교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은 경계가 불분명해 학교 건물이라 해도 믿을 것"이라며 "상업성이 학교 안까지 넘어 오는 느낌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대생 김나영(의류직물 2학년)씨와 최승희(행정 3학년)씨는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학교 앞에 옷가게나 미용실이 아닌 교양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하나 없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학 주변이라면 기본과 균형에 입각한 환경 필요해

스타벅스 커피(왼쪽)는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 1호 매장을 열었다. 지금도 이대 앞에는 새로운 가게들이 끊임 없이 들어서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왼쪽)는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 1호 매장을 열었다. 지금도 이대 앞에는 새로운 가게들이 끊임 없이 들어서고 있다. ⓒ 유동훈
'찾고 싶은 거리'를 접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업무 차 신촌 일대에 자주 들른다는 한혜경(45·여·서울 용두동)씨는 "인도가 넓어진 것은 확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포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느낌"이라며 "상업성이 넘치는 곳을 찾고 싶은 거리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예원(26·여·서울 옥수동)씨는 "학생들이 소비문화에 너무 노출된 것 같다"며 "아무리 대학가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면학 분위기는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자녀를 둔 한 남성은 "일반적으로 상업 기능이 확대되면 범죄율도 높아지는데 대학가에 이런 상업적 풍경이 넘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며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대 주변의 '찾고 싶은 거리' 시범사업을 계기로 향후 1단계 사업으로 서울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 주변을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 예정이다.

대학 주변이 상업화로 물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상가가 대규모로 들어선다 해도 사유재산 권리 행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고민이다. 건물 내 교육 문화와 관련된 공연장 등이 일정부분 이상 들어서면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거리 정화가 자칫 상업성 확대 등 부작용이 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지역 활성화를 이유로 상업성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교육기관 주변이이라면 기본과 균형에 좀 더 입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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