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복직 등에 대한 4자 합의서가 또 다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청사인 현대하이스코와 10개 하청업체들이 합의서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3일 세 차례의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나서야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원청사인 현대하이스코와 협력업체 대표, 전국금속노조 등이 서명한 '합의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합의서 내용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시 합의서는 비정규직 노조 결성 등을 이유로 해고된 108명에 대해 6월 30일까지 30% 복직, 12월 31일까지 30%, 2007년 6월 30일까지 40%를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원청과 하청사는 1일 현재까지 복직시킬 대상자 명단 등 어느 것 하나 통보하지 않고 있다.
하이스코, 합의서 또 불이행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노조측은 합의서 이행 노력을 위해 불법파견 고소건, 체불임금과 부당노동행위 등 구제신청서를 모두 취하했다. 비정규직지회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만큼은 제대로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며 억울하지만 과감하게 소를 취하했다"면서 "그러나 사측은 가시적으로 이행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의서 서명과 현대그룹 본사 크레인농성 해산 이후 사측과 노조측은 모두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회를 열었다. 6월 29일 노조측은 사측과의 실무협의회를 열고 "7월 3일까지 기한을 주겠지만 6월 30일까지 복직 대상자 명단을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면접을 하지 못했는데 그때까지는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협력업체 대표는 노조측의 요구에 불만을 품고 협의회를 떠난 관계로 더 이상의 회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조는 합의서에 서명한 현대하이스코와 협력업체, 순천시청에 합의서 이행 촉구와 복직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어떤 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조합원 등 70여명은 1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다. 우범석 비정규직노조 조직부장은 "정몽구 회장의 출소 이후 현대하이스코측은 또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강고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서 불이행 의도 즉각 중단... 강도높은 투쟁 벌일 것"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회적 약속이 다시는 파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현대하이스코와 하청사는 여전히 이행할 의지가 없다"며 "사측은 합의서를 무위로 돌리려는 기도를 중단하고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현대가 합의서 이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현대가 1차 복직 시한인 6월 30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의 목숨을 끊어 버리겠다고 칼날을 빼어든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박상욱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합의서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2차 투쟁보다 더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약속 불이행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투쟁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것이고 우리도 똑같이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5월 13일 현대하이스코와 협력업체들은 해고노동자 108명에 대해 2007년 12월말까지 3단계에 걸쳐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다. 이 합의문에는 ▲현대하이스코 측이 올 1월 제기한 72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2007년 주주총회를 거쳐 취하하고 가압류 절차는 밟지 않는다 ▲고소·고발은 취하하고 조합원에 대한 형사상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사법기관에 탄원서 등을 제출한다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업체 사무실에 노조사무실을 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