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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조차 생소한 '대동맥박리증'으로 작고한 고 한영숙씨
ⓒ SBS 홈페이지
지난 6월 16일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에서 엄 상궁역을 맡아 인기를 얻었던 탤런트 한영숙씨가 '대동맥 박리증(해리증)'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해 55세의 나이로 작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앞서 3개월 전에는 개그맨 김형곤씨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돌연사'했고, 우리나라와 대전했던 월드컵경기 도중에는 80대 할아버지와 20대 대학생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심장 돌연사 했다. 이들의 죽음에는 '심혈관계 질환(고혈압협심증,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혈증, 흡연, 비만 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혈관계 질환' 환자는 적극적인 생활습관의 개선과 절제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또 흉통이 발생하면 즉각 심장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찰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 상궁 한영숙씨의 죽음을 통해 '심혈관계 질환'과 이름조차 생소한 '대동맥 박리증(해리증)'에 대해 서영배(심장전문의·구미강심내과)박사의 도움을 얻어 알아보았다.

대동맥 틈새로 혈류가 파고들어가는 질환

서영배 박사는 "심장의 좌심실에서 우리몸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은 세 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슴이나 복부부위 대동맥의 맨 안쪽 벽(내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그 틈새로 거센 혈류의 흐름이 파고들어 생기는 것"이라며 "가짜 통로가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심장에서 곧바로 분출되는 높은 압력의 혈류가 대동맥 안쪽 틈새로 계속 파고 들어가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전(피떡)'이 생기거나 심하면 파열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때 혈관이 파열되면 생명이 위독해지며 고난이도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진단과 예방만이 최우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대동맥 박리증' 환자 중 70~90%가 고혈압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을 대동맥 박리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 추정한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 앓았던 '마르판(marfan) 증후군'의 경우는 대동맥 세 겹 중 '중막'이 파열되어 나타난 경우이며, 염증성·대동맥염 매독·선천성 대동맥판이상·정상여성의 임신3기에서도 '대동맥 박리증(해리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동맥 박리증 환자의 고통은 대단하다고 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며 심지어 칼로 도려내는 듯한 가슴의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통증은 앞가슴 혹은 등 윗부분에서 시작해 대동맥 박리증의 진행에 따라 위 또는 아래로 통증이 뻗어 내려간다.

'대동맥 박리증'은 '심근경색증'과 유사한 통증을 보이기도 하지만 심근경색증보다 더 급격하게 진행되고 더 심한 통증을 일으키며 대동맥 파열에 의한 출혈 등으로 급사하기도 한다.

또 간혹 뇌혈류가 차단되어 졸도하거나 반신불수를 유발하기도 하며, 대동맥 판막이 늘어나면 심부전이나 대동맥 판막 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신장으로 가는 혈류 차단 시에는 신부전이 생기고, 척수로 가는 혈류 차단 시에는 하지 마비가 생긴다. 간혹 한영숙씨처럼 '장 괴사증(장이 썩는 병)'이 오기도 한다.

가슴 통증 고혈압 있을 때 조심해야

▲ ‘복부대동맥 박리증’으로 인해 복부 대동류가 생긴 그림(위)과 인조혈관으로 대치해 수술한 후의 그림(아래)을 보며 서영배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
ⓒ 전득렬
서영배 박사는 "과거 '대동맥 박리증'은 급속한 병세의 진행과 높은 사망률로 인해 한때 의사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장을 정지시키고 수술하는 동안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인공심폐기'를 사용하고 심근 보호법·인조혈관·수술법의 발전으로 높은 수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병은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고혈압을 가진 50대 남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일단 대동맥 박리증이 의심되면 즉시 입원하여 혈압을 낮추고 박리의 진행을 막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장에서 바로 나오는 '상행 대동맥부위'를 침범한 경우에는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심장으로부터 거리가 약간 먼 '하행 대동맥'에 국한된 박리증은 수술을 하지 않고 내과적 치료를 원칙으로 하나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만약, 이를 치료하지 않아 머리로 가는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에는 약 92%가 사망하며, 배(복부)로 가는 하행 대동맥만 침범한 경우에는 25%정도가 1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고 한영숙씨는 '흉복부 대동맥 박리성 대동맥류(즉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늘어나는 병으로 대부분 파열로 인한 사망위험성이 높다)'로 인한 '인공혈관대치술'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한씨는 1년 전, 갑작스럽게 숨이 차는 호흡곤란으로 인제대학교 일산 백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시행한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좌심실)에서 피가 나오는 대동맥 부근이 너무나 심하게 확장되어 있어 '대동맥 박리증'이나 '대동맥류'가 강력히 의심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흉통이나 호흡 곤란 등이 있었을 텐데 한씨는 어떻게 견뎌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료진이 말할 정도로 이 병은 고통스럽다고 한다.

고혈압이 원인, 병이 찾아왔을 때 적절한 조치가 생명좌우

이 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라고 서영배 박사는 강조했다. 평소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이런 병이 발생하지만 앞서 말한 '심혈관계질환'을 잘 대처하면 예방도 가능하다고 한다.

평소 '심혈관계질환'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 질병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치료와 더불어 적절한 운동과 금주, 금연 등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돌연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서 박사는 "병은 천천히 찾아오고, 죽음은 갑자기 맞이해야 하는 만큼 병이 찾아 왔을 때의 적절한 치료와 대응은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고 덧붙이며 '운동'과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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