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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리림은 비에 젖은 몸을 햇볕에 그대로 말리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짐리림은 자신이 가이다의 미생물들에게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급히 의학 키트를 꺼내어 몸 상태를 점검해 본 짐리림은 자신의 염려가 괜한 것이었음을 확인 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는 지낼 수 없다. 가혹한 처분을 받겠지만 낯선 생명체들이 어슬렁거리는 가이다에서 쓸쓸이 죽어가는 것은 너무도 무섭다.’
아누가 막상 가이다에 와서 방호체계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갖추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낯선 환경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하고 짐리림은 짐작해 보았다. 짐리림이 믿을 것이라고는 손에 든 커다란 광선총이 고작이었고 동료들 없이 가이다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짐리림은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탐사선으로 돌아가자. 설마 아누가 여기에서까지 하쉬에서의 법을 굳이 적응하려 들까? 하니 처벌을 받아도 이런 곳에서 쓸쓸이 죽어가는 것 보다는 나을 거다. 어쩌면 가이다의 생명체들에게 죽임을 당한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도 가뜩이나 겁을 먹고 있는 판국이니 태도를 바꿀 지도 모른다.’
짐리림은 광선총을 끌듯이 다리에 동여맨 후, 탐사선이 있는 방향으로 생각되는 지점으로 걸어갔다. 다행이도 가이다의 자기장 방향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기기는 정확하게 반응했고 짐리림은 다시 한번 탐사선이 있는 방향까지 정확히 찾아 갈 수 있었다. 짐리림의 눈에 탐사선과 고압 전류 울타리의 모습이 보일 무렵 먼 곳에서 희뿌연 먼지와 함께 사방에서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짐리림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잠시 탐사선 주위를 지켜보았다. 고압전류 울타리의 출입구가 열리더니 8개의 바퀴가 달린 한 무리의 로봇이 쏟아져 나왔다. 짐리림은 로봇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게 뭐야?
짐리림이 알고 있기에 탐사선에 싣고 온 로봇들은 모두 3기로서 상부가 탐사용 렌즈와 로봇팔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쏟아져 나오는 로봇들은 애초 싣고 온 것으로 알고 있던 3기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상부에는 원통형의 구멍이 뚫린 이상한 물건을 장착하고 있었다.
짐리림에게 더욱 놀라운 것은 승무원들의 행동이었다. 그들은 한번에 탐사선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짐리림이 처음 보는 기계들을 땅바닥에 꽂아두고 있었다. 커다란 대롱 같은 것이 달려 있는 물건이었는데 짐리림은 그것들의 용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온다!
탐사선 안에서 음성 증폭 장치를 통해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희뿌연 먼지 덩어리는 점점 탐사선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짐리림은 더욱 몸을 숙인 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희뿌연 먼저덩어리는 바로 탐사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가이다의 생명체들이었다. 그거들은 고압 전류 울타리에도 전혀 위축이 되지 않은 채 엄청난 속도로 탐사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짐리림은 가슴속 깊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맨 처음 고압 전류 울타리에 달려든 것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에 얼룩무늬 점박이가 있는 가이다의 생명체들이었다. 보기에는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이상한 생명체라고 해도 역시 고압전류에는 속수무책이었는지 그들은 달려드는 순간 땅바닥으로 나뒹굴거나 까만 숯덩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울타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서도 가이다의 생명체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제 아무리 고압 전류 울타리라도 해도 결국에는 무너지고 말지도 모를 일이었다. 승무원들은 전류 울타리에 가이다의 생명체들을 향해 각자 잡고 있는 기계를 겨누었고 그것들은 거대한 폭음을 내며 불꽃을 쏟아내었다. 가이다의 생명체들을 핏덩어리가 되어 나뒹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짐리림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무리들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가이다의 생명체들은 탐사선을 향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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