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증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7·26재보선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결국 청와대 비서 출신들에게 공천장을 줬다.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나서봤자 백전백패라고 생각했기에 모두가 손사래를 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는 차려진 밥상머리에 앉아 숟가락만 들면 된다. 더구나 그 곳이 서울 송파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아성인 곳이다.
당이 어렵다는 맹형규 전 의원의 주장이 급박성을 뜻한 것인지 모른다. 후보 등록 마감 이틀을 남겨 두고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철회됐으니 시간에 쫓긴 건 사실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그렇게 말했다. "후보 등록일이 임박했고, 새 인물을 찾아 검증하기엔 시간이 짧아 검증된 사람인 맹형규 전 의원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아니다. <한겨레>는 정인봉 전 의원 외에도 박모 변호사 등 서너 명의 공천 신청자가 있었고, 지난달에 이미 공천심사위의 검증을 거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급할 게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한나라당 안팎에서 제기된다며, "정인봉 전 의원의 공천을 번복한 뒤 열린 공천심사위의 분위기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자'는 쪽이었다"는 한 공천심사위원의 말을 전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심사위의 분위기를 뒤집었다는 얘기로, <한겨레>는 그 정황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은 9일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맹형규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들었다.
명분 내던진 뒤 펼쳐진 '명분있는 정치'는
전언이니까 확인은 필수다. 하지만 이건 후순위다.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맹형규 전 의원의 앞뒤 안 맞는 주장이다.
맹형규 전 의원은 "당인의 도리"를 공천 수락의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른 '도리'를 내세웠다. 서울시장에 나가려고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맹 전 의원은 결국 유권자에 대한 도리를 버리고 당에 대한 도리를 택했다. 어렵지도 않은 당을 돕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뒤집었다.
그러려니 하자. 식언(食言) 사례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맹형규 전 의원은 "명분있는 정치를 해 나라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내건 명분조차 몇 시간 만에 뒤집어놓고선 명분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이건 교언(巧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