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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주 브로큰 힐(Broken Hill) 바로 밑에 위치 한 양 스테이션. 항상 가뭄이라 메마른 땅에는 많은 풀이 자라지 못한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주 브로큰 힐(Broken Hill) 바로 밑에 위치 한 양 스테이션. 항상 가뭄이라 메마른 땅에는 많은 풀이 자라지 못한다. ⓒ 김하영
여러 개의 큰 댐으로 양들에게 물 공급!

양에게 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물이다. 그래서 농장에는 댐이 6,7개있다. 모두 양을 위한 것으로 댐에 수로가 연결되어있고 그 수로의 끝에는 양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농장 소유주, 톰(가명 60세)은 수시로 이 댐을 확인해야하는데, 여름에는 1주일에 한번, 겨울에는 2,3일에 한번 꼴이다.

내가 양 농장에 있던 때가 막 겨울이 되던 시기여서 톰은 자주 댐을 확인하러 갔는데 나도 따라 갈 수 있었다. 톰이 댐을 확인하러 가는데 원하면 따라가도 된다는 말에 차마 댐이 여러 개 일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30분정도면 되겠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 조수석에 탔다. 웬걸 총 1시간 반이 더 걸렸다. 그것도 댐 3개만 확인한 거였는데 말이다. 나중에 양 농장의 지도를 보고 안 사실인데 모든 댐이 그 큰 소유지 안에 고루 퍼져있다.

그리고 그 큰 소유지를 여러 개로 분할해서 일정 수의 양들을 한 분할에 넣기 때문에 댐까지 가는 길에 많은 울타리와 그 울타리를 통과할 수 있는 많은 문을 거쳐야 했다. 이 어마어마한 거리에 놀라서, 톰에게 여기서 길을 잃어 본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있냐고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저 멀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평평한 들판 위에서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그 길을 나 혼자 운전해야 했다면 아마 나는 지금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댐 옆에 설치 된 긴 물통에서는 정말로 수십 마리의 양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중 한마리가 멀리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는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하자 다른 양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 무리 안에는 아주 작은 새끼 양도 있었는데 영문도 모른 체 그저 엄마 양을 따라서 뛰어가고 있었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그들의 엉덩이는 아주 귀여웠다. 특히나 그 짧은 꼬리! 처음 보는 양이었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어찌나 겁이 많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그들인지 그저 뒷모습을 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포동포동 살이 올라보이는 양들. 새끼양 바로 뒤에 있는 것이 엄마양이다.
포동포동 살이 올라보이는 양들. 새끼양 바로 뒤에 있는 것이 엄마양이다. ⓒ 김하영
톰은 일주일 후 양털 깎는 기간이 시작되면 모든 양들을 양털 깎는 창고 옆 큰 울타리 안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며 나도 바빠질 거라고 했다. 나는 말로만 듣던 양치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즐거워서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고 행복해했는데, 톰은 양이 너무 멍청하다며 양이 너무 싫다고 했다. 나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도망가는 저 순하고 귀여운 양들이 왜 싫을까하고 WHY(왜)?하고 되물었으나 톰의 대답은 똑같았다.

정확히 일주일 후, 나는 너무도 뼈저리게 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양들은, 정말 멍청하다!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 22부터 2006년 7월 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중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 첨부 된 사진의 저작권은 김하영 기자에게 있으며 기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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